북한 노동당 대표자회 개최와 관련된 중요 결정 사항들이 새벽 시간에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3남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는 결정은 28일 오전 1시 9분쯤.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됐다는 것은 29일 오전 4시 8분쯤 발표됐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런 행태에 대해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라 보도 시점이 결정되는 관례에 비춰보면 새벽 공표에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 당국은 대체로 중대 행사가 끝난 뒤 보도 문안을 검토해서 발표 시점을 결정한다”며 “이번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보도 문안 검토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새벽 발표의 배경을 다른 맥락에서 짚고 있다. 한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 전원이 참석하는 당 대표자회의 보안을 위해 새벽에 발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뇌부 경호 등을 위해 회의가 끝나고 한참 뒤인 다음날 새벽 시간을 이용해 보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번 당 대표자회의 경우 베일에 싸인 김정은이 공식 등장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보안에 더욱 세심한 신경을 썼을 것이다.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 개최 당시 주요 결정들을 당일 오후 6시 전후에 발표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유독 새벽에 결정 내용을 발표하는 것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미국 등 서방을 의식, 발표 시점을 조정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새벽 시점이 미국 시간으로는 한낮이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은 핵 문제 등 중대 사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국 시간을 고려해 발표해왔다. 당국자들은 “사실 북한의 발표 시점에 관해서는 일관된 흐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구체적 상황과 사안에 따라 발표 시점이 조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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