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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의 전쟁] (1) 설마가 화마(火魔)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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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의 전쟁] (1) 설마가 화마(火魔) 부른다

입력
2010.09.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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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70%가 쪽방촌 등 저소득층 가구서 발생 '사각지대'

화재는 가정과 사회를 한 순간에 파탄으로 몰아 넣는다. 특히 국내 화재사고의 약 70%가 저소득 취약계층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화재 사고의 대부분은 소방 안전시설 미비 같은 후진국형 인재다. 한국일보는 소방방재청 등 민관 단체들과 공동 추진하는 '화재 없는 안전한 사회 만들기'의 일환으로 '화재와의 전쟁'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14일 새벽 2시28분 서울 도봉소방서에 강북구 수유3동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긴박한 사건이 접수됐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신속히 출동해 신고 5분만에 도착했으나 이미 안방을 비롯해 집 내부 125㎡가 전소된 상태였다. 이 불로 자고 있던 박모(52ㆍ여)씨가 사망했다. 심야시간 대에 화재가 나 피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단독경보형감지기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화재였다.

이처럼 후진국형 화재 참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9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근 10년 간 연 평균 3만7,70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사상자가 2,427명에 이르며, 이 중 생명을 잃은 희생자가 무려 502명에 달한다. 올해도 8월 말 현재 총 2만7,530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에 담배꽁초, 음식물 조리, 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1.9%(1만538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단독주택은 화재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지 오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비해 기본적인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농촌이나 도심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로 저소득 서민들이 단칸방 등 단독주택에 살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올해 발생한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 사망자 186명 중 67.2%(125명)가 일반주택에서 발생했다.

소방방재청 한 관계자는 "주택 화재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가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며 "이들 저소득층은 소방설비가 전무할 뿐 아니라 소방차 진입도 힘든 쪽방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화재 사고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개인 단독주택에는 잠든 사이에 화재 발생을 조기에 알려주는 단독경보형화재감지기 설치가 필수적이다. 경보형화재감지기는 화재 초기에 나오는 열과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려주기 때문에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다. 실제로 충남 보령시 웅천읍의 단독주택에 사는 박모(81) 할머니는 26일 낮잠을 자던 중 설치돼 있던 감지기 소리에 깨 나가보니 부엌에서 불꽃이 이는 것을 보고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감지기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개 1만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57만여 소외계층 가구에겐 1만원도 적지 않은 부담이라 장착된 곳이 거의 없다. 우리 사회가 화재감지기 달아주기 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화재 사망사고 10% 낮추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10월부터는 한국일보를 비롯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화재보험협회,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9개 민관 단체가 가세해 '저소득 화재 취약계층 단독경보형화재감지기 달아주기 범국민 모금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10개 단체는 총 30억원 상당의 국민 성금을 모아 30만 가구에 화재감지기를 달아주는 목표를 세우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10개 민관 단체는 이 캠페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업이나 지자체가 지방의 한 마을에 화재경보기 일체를 달아주는 '참사랑 나눔 1사1촌 운동'도 함께 펼친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취약계층에 대해 단계적으로 화재감지기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우리 사회의 따뜻한 배려와 온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 국민 80% "가장 우려되는 재난은 화재"

국민의 다수는 평소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사고로 ‘화재’를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단독경보형화재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부산 사격장 화재 사건 등으로 화재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면서 안전장치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 사업주에게 화재배상 책임보험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응답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소방방재청과 한국일보가 3~7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의 견해를 조사전문기관 리서치월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80.2%는 가정 내 불의의 재난사고 중 가장 우려하는 재난으로 화재를 꼽았다. 이는 감전(9.4%)이나 수재(4.9%) 등 다른 재난사고에 비해 월등이 높은 수치다. 특히 외출 등으로 집을 비운 시간에 화재가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가 52.9%를 차지했고, 연령층이 높을수록 우려에 대한 생각은 높았다.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갔을 경우 화재 발생 시 대피에 대한 걱정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2.5%)이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돼 화재발생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응답자의 대다수(83.1%)는 소화기 사용법을 알고 있었지만 집이나 사무실 등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는 경우는 58%에 불과했고, 연령이 높고 도시보다는 농어촌 지역에서 소화기 비치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시 즉각 경보를 울려 신속한 피난을 도와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5.3%가 알고 있었지만 절반 이상(53.4%)이 가정 내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농어촌 지역일수록 미설치에 대한 응답(75%)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78.6%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법으로 의무화해 강제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화재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도시와 20대의 찬성률이 대체적으로 높았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아파트 등 밀집공간이 높은 도시와 노인층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 경보형감지기 필수”라고 말했다.

노래방 등에 대한 다중이용업소 사업주에게 화재배상 책임보험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응답에도 89.1%가 찬성했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상반기에 영화관, 음식점 등 다중이용업소 17만7,144곳은 면적에 상관없이 화재보험에 의무 가입토록 했으며 다중이용업소 인·허가 시 화재보험 가입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화재보험 가입 업소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화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표본은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 후 무작위 추출했고,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3.1%포인트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 숫자로 보는 우리나라 소방 실태

2교대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일선 소방관의 주당 근무시간. 국내에 교대근무 소방관은 8월 말 현재 총 2만8,689명인데 이 중 69%가 3교대, 나머지가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2교대 조에 들어갈 경우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의 두 배가 넘는 84시간을 일해야 한다.

일본(40시간) 미국(40∼56시간) 영국(48∼56시간) 독일(56시간)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1.7∼2.4배나 많다. 인천 대전 강원 충북 경남 등에서 3교대를 하지만 이들의 근무시간도 55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보다 많다.

소방방재청은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당초 2012년인 3교대 근무 목표를 올해 말 95%선까지 끌어올린 뒤 내년까지 100% 조기 달성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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