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테랑 투수 정재훈(30)은 요즘 외롭습니다. 지난 2년간 룸메이트로 동고동락했던 마무리 투수 이용찬(21)과 '생이별'을 했기 때문이죠.
정재훈은 시즌 전 이용찬과 "올해는 반드시 우승을 하자"고 약속했지만 페넌트레이스 막판 후배의 음주사고가 터지면서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혼자 짐을 짊어지게 됐습니다.
29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훈련을 마치고 1루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정재훈의 표정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묻어났습니다.
이용찬을 대신해 4년 여만에 마무리로 복귀한 소감을 묻자 "열심히 던질 뿐이죠"라고 짧게 답을 했습니다.
정재훈은 2군에 머물고 있는 이용찬과 시간이 있을 때마다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음주 교통사고 이후 시름에 빠져 있는 이용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어서입니다.
정재훈은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용찬은 두산이 롯데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팀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이럴 경우 후배와 선배가 함께 마운드에 서는 꿈은 이뤄지게 됩니다.
"용찬이가 전화를 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만 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용찬이 몫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정재훈은 오는 11월 말이면 아빠가 됩니다. 지난 2008년 12월 동갑내기 고주희씨와 결혼한 정재훈은 2년간 기다렸던 2세를 얻게 됐습니다.
정재훈은 "아내는 아직도 심장이 떨려서 제가 던지는 모습은 TV로 보지도 못합니다. 오늘도 아마 문자중계로 볼 겁니다"라고 집에 있는 아내를 생각했습니다.
정재훈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4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반드시 1차전을 잡겠다는 김경문 두산 감독의 부름을 받고 예상보다 빨리 등판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재훈은 불운에 고개를 떨궜습니다. 구위는 좋았지만 7회 빗맞은 안타 2개가 점수로 연결되면서 동점을 허용했구요. 8회 무실점에 이어 5-5 동점이던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롯데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고 패전의 멍에를 썼습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정재훈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습니다. 이용찬과 11월에 태어날 2세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봅니다.
그러나 정재훈은 "이제 1차전이 끝난 것일 뿐입니다. 내일은 반드시 우리가 이길겁니다"라며 2차전 설욕을 다짐했습니다.
잠실=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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