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분당 스마트워킹센터
"지난 번 회의에서 논의했던 스마트폰 보안 프로그램과 관련해 적당한 업체를 찾았습니다. 이 업체가 가진 솔루션에 대해 간단하게 먼저 보고를 드렸으면 합니다만…."
"그래요? 그러면 30분 후에 임원회의가 있는데, 그 때까지 설명을 좀 부탁합니다."
"(마우스로 웹하드에 접속해 관련 PDF 파일을 능숙하게 모니터에 띄우면서)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28일 오전 9시30분, 경기 KT 분당 사옥 1층에 80평 규모로 마련된 스마트워킹센터. 웹 카메라가 내장된 노트북으로 서울 서초동 KT 올레캠퍼스의 담당 부서장과 원격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윤이근(38ㆍ경기 분당) KT 신사업전략 담당 매니저의 얼굴에선 여유가 흘렀다. 매일 아침, 서울까지 가는 출근 시간에 쫓겨 허둥댔던 최근까지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스마트워킹 시스템이 KT를 신바람 일터로 바꿔 놓고 있다.
근무시간과 근무지 선택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이 시스템 덕분에 업무 효율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까지 크게 향상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구성원들에게 생산성 증대와 더불어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스마트워킹 시스템은 상호 윈윈 모델로도 평가 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이달부터 KT 분당 사옥에서 문을 연 스마트워킹센터 1호 체험자인 윤 매니저도 달라진 디지털 근무 환경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적어도 1시간30분 이상, 아침 시간이 절약된 것 같아요. 덕분에 아들, 딸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는 시간도 벌고 가정에 행복이 찾아왔습니다.(웃음)" 아내와 맞벌이 부부인 신 매니저는 가장으로서 가정 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짜투리 시간 활용도가 높은 스마트워킹 시스템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애용할 요량이다.
KT 분당 스마트워킹센터의 오픈 소식에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의 견학도 이어지고, 사내 직원들의 참여도 늘고 있는 추세다. 비슷한 시각, 이 곳에서 서울 서초동 사무실의 소속 팀장과 이날 업무 계획을 주고 받은 신지나(38) KT 신사업전략 담당 매니저도 "일주일 가량 스마트워킹센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업무의 집중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일 처리 속도도 빨라진 것 같다"며 "이 센터를 이용한 이후부터 분당 집에서 서울로 가야 하는 아침 출근 시간을 절약한 덕분에 남편 아침 상도 차려줄 수 있게 됐다"고 흐뭇해 했다.
하지만 동료와 상사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던 과거 아날로그 방식에서 스마트워킹센터 이용과 함께 달라진 디지털 업무 환경으로 인사상의 불이익 등의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KT 관계자는 "근무 장소를 변경해서 업무를 처리해도 기존 사무실에서 했던 근무와 동일하게 인사 평가를 적용한다는 게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며 "스마트 워킹으로 인한 인사평가상의 불이익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이달 말까지 경기 고양과 서울 서초 등에 2개의 스마트워킹센터를 추가 개설하고 올해 말까지 서울 노원 및 안양 등을 포함해 총 9개소까지 늘릴 방침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SKT 모바일 오피스 제도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2가 SK텔레콤 본사에서 업무를 보던 김병석 네트워크관리센터 차장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최근 SK텔레콤이 도입한 스마트 님프 프로그램이 보낸 통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이동통신망의 이상 유무를 자동으로 확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평소 같으면 경기 분당의 SK텔레콤 네트워크관리센터까지 달려갔겠지만, 김 차장은 스마트 님프 프로그램을 실행해 문제 내용부터 파악했다. 다행히 서울 일부 지역의 기지국 장비에서 발생한 간단한 오류였다. 김 차장은 바로 스마트 님프 프로그램을 작동해 해당 장비를 원격으로 조정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 해결이 불가능하면 문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외근 직원에게 해결하도록 바로 연락한다. SK텔레콤은 이처럼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김 차장은 "스마트 님프 등 모바일 오피스 제도 도입 후 통신망의 문제 발견부터 처리까지 평소에 평균 80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30분 이상 줄었다"며 "스마트폰이 가져온 대변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의 바람이 기업에 불고 있다. 기업들은 영업 및 생산현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업무 방식의 획기적 변화를 꾀한다. 이처럼 각종 스마트 기기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스마트 워크라고 부른다.
스마트 워크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오피스, 직원들의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 따로 사무실을 내는 스마트 워크센터 등 여러 유형이 있다. SK텔레콤은 이 가운데 모바일 오피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SK그룹은 지난 달 말에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모바일 오피스 프로그램인 '톡톡 모바일'을 개설했다. 17개 계열사에 도입된 톡톡모바일은 이메일 송수신, 일정관리, 사내게시판, 서류 결재 등 업무 대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오상수 SK텔레콤 IPE 전략본부 매니저는 "톡톡모바일 도입으로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그룹 전체 매출의 1%에 해당하는 정도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안이다. 사내 서류를 스마트폰에서 볼 경우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SK텔레콤은 모든 전자 서류를 사내 서버에만 저장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즉, 스마트폰으로는 열람만 가능하고 저장을 할 수 없다. 문서를 수정하면 마찬가지로 서버에 저장된다.
SK텔레콤은 톡톡 모바일과 함께 모바일 오피스의 일환인 'mU-Key'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고객 관리에 획기적 변화를 맞게 됐다. mU-Key는 고객센터에 접수된 가입자들의 불만 사항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바로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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