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이후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 일본계 이민자의 후손들이 몰려들었다. 인종적ㆍ민족적 구성에 변화가 없던 일본사회는 이후 20여년 동안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에 직면해야 했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아사노 신이치 일본 고베대 교수 등 한일 학자 8명은 (서울대출판부 발행)에서 ‘다문화’와 ‘공생’이라는 키워드로 일본의 현실을 분석한다. 일본 이주 외국인들의 경험, 이주자와의 접촉으로 지역사회에 불거진 문제들, 지원단체의 활동상, 당국의 정책적 대응 등을 살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다문화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는 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은 지역의 주민들과 NGO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간 것이 차이점이다.
와타도 이치로 메이세이대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이래 급속히 형성된 시즈오카현 외국인 집단거주촌의 사례를 살폈다. 브라질인, 일본계 중남미인들이 이곳에 정착한 2000년께부터 주민들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민자치회는 지자체에 쓰레기, 무단주차, 소음 문제 등의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역으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권고했고 주민들은 결국 2002년 ‘외국인과의 지역공생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라는 지침을 만들어 타협책을 마련했다. 그 내용은 ▦외국인촌을 만들면 안된다 ▦행정에 모든 것을 의존하지 말고 자치회 스스로가 해결하자 ▦외국인에게 살기 좋은 마을은 지역주민에게도 살기 좋은 마을이다 등 5가지. 2005년부터 이곳 주민들은 연 2회 외국인 주민대표들과 간담회도 갖고 있다. 와타도 교수는 “외국인 집단거주에 따른 공공질서 유지를 둘러싸고 호스트사회 측이 외국인 주민의 사회통합을 시도해 일정 성과를 남겼으며 지자체의 정책을 아래로부터 확립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영혜 소장은 재일조선인 고유의 이름 사용 문제를 고리로 재일조선인이 겪어온 억압과 저항의 역사를 조망했고, 조아라 서울대 HK연구교수는 일본사회의 오랜 소수자 중 하나인 아이누족의 위상 변화 문제를 조명했다.
권숙인 서울대 교수는 “일본과 한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동질성’(일본), ‘단일민족’(한국)이라는 신화가 내부의 오랜 소수자를 배제하고 억압해온 나라”라며 “다문화주의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 관과 시민사회의 의지가 필수적임을 일본의 사례들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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