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이 올해 예산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국가재정 계획이다. 재정적자도 국가채무 비중도 내년부터 확 줄어든다. 쏟아지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애쓴 흔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세수 전망을 낙관적으로 한 덕. 매년 5%씩 고성장을 구가한다는 전제인데 이 전제가 어긋나는 순간 장밋빛 재정전망도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깎아줄 것 다 깎고(부자 감세), 쓸 것 다 쓰면서(4대강 복지확대 등) 건전재정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예산은 경기 중립적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5.7% 늘어난 309조6,000억원. 본예산(추경전 예산)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작년 정부 제출 예산안(2010년 예산안)이 본예산 기준으로 2.5% 늘어나는 데 그쳤고, 추경예산에 비해서는 3.3% 줄어든 걸 감안하면 꽤 큰 폭의 증가세다. 작년에 재정운용계획(2009~2013년)에서 밝힌 2011년 지출 전망치(306조6,000억원)보다도 3조원 정도 늘어났다.
그렇다고 내년 예산을 ‘팽창예산’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쓰는 돈(총지출)이 거둬들이는 돈(총수입 314조6,000억원)보다 적고, 지출 증가율 자체도 경상성장률(7.6%)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긴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팽창으로 보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도 “내년 예산은 경기 중립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확 달라진 재정 전망
재정 전망은 1년 새 ‘흐림’에서 ‘맑음’으로 바뀌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적자는 올해 -2.7%에서 내년 -2.0%로 줄어든다. 작년에 목표했던 -2.3%보다도 개선됐다. 특히 2014년에는 재정수지가 2007년 이후 7년 만에 소폭이나마 흑자(0.2%)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 개선 속도는 더 빠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36.1%)를 정점으로 35.2%(11년) →35.1%(12년) →33.8%(13년) →31.8%(14년)으로 급격히 낮아진다. 내후년까지 37%대 고공행진을 할 거라던 당초 전망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재정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성장률 효과 때문.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이 5.8%를 기록하는 데 이어 내년 이후에도 매년 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세금이 많이 걷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도 나아진다는 얘기다.
장밋빛 전망 달성은 물음표
하지만 이런 전망치는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우리경제가 매년 잠재성장률(4%대 중후반)을 웃도는 성장을 해낼지도 불투명하고, 더구나 요즘처럼 글로벌 경기침체 같은 외부변수가 불투명한 상태에선 너무 장밋빛으로 보인다.
5년간 국세수입 증가율(9.1%)에 비해 지출 증가율(4.8%)이 현저히 낮은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낙관적 경기전망 탓에 수입증가율은 너무 높은 잡았고, 반대로 지출증가율은 ‘긴축의지’표현 차원이면 모를까 실제 지킬 수 있을지 여부가 의심스러울 만큼 낮게 잡았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성장률이 정부 전망에 못 미치면 재정 전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며 “복지 수요 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출 증가율도 너무 낮게 잡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균형재정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출증가율을 수입증가율보다 매년 2~3%포인트 낮게 유지한다는 재정준칙을 도입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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