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왕조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3대 권력 세습 체제’ 구축 작업에 공식 돌입했다.
북한은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28세 추정)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한데 이어 28일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당 총비서로 재추대했다고 북한 관영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을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벽 “김정일 위원장 명령 제0051호에 따라 김경희, 김정은, 최룡해 등 6명에게 대장의 군사칭호를 올려준다”고 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어 “나머지 3명의 대장 승진자는 현영철(인민군 중장) 최부일(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김경옥(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고 보도했다. .
북한의 대외적인 공식 발표에 김정은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을 당 총비서로 재추대하면서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는 가운데 권력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당의 경공업부장인 김경희에게도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김경희와 그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김정은 후견 그룹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 언론 매체들은 이날 오후 2시에 맞춰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는 온 나라 전체 당원과 인민군 장병, 인민의 한결같은 의사와 염원을 담아 김정일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하였음을 내외에 엄숙히 선언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중앙TV와 평양방송 등은 이날 오후 1시35분쯤 “오후 2시부터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중대방송이 있겠다”고 예고했다.
북한 매체들은 그러나 이날 당 대표자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했는지 여부와 총비서 재추대 외에 다른 결정이 내려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날 당 대표자회에서 당 비서국 비서(조직 담당) 또는 중앙군사위원회 보직에 내정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후계구도 공식화에 따른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북한이 후계체제 안정화에 주력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유화 또는 강경 공세를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북한의 3대 세습 공식화에 대해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도 “민주국가인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언론들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사실을 긴급뉴스로 보도하는 등 북한 내부 기류에 촉각을 세웠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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