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해 온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28일 “한승철(47)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전ㆍ현직 검사 4명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55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기준(52) 전 부산지검장에 대해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고, 검찰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성접대 사실이 인정된 검사에 대해서도 이 부분 무혐의 결론을 내려 검사들에게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은 한 전 검사장이 지난해 3월 창원지검 차장검사로 근무할 당시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접대와 택시비 명목으로 24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뇌물수수), 올해 1월 대검 감찰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비위 사실이 담긴 진정서를 접수 받고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기소했다.
또 현직인 정모, 김모 부장검사를 지난해 정씨로부터 접다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이모 검사는 검사 접대 내역이 담긴 고소 내용을 은폐한 혐의(직무유기)로 각각 기소했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와 이 검사의 성매매 의혹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팀은 박 전 검사장을 이 사건의 진원지라고 표현하면서도 “정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시점상 뇌물죄의 공소시효(2007년 이전의 범죄는 법정 형량에 따라 3~7년)가 완성돼 법적으로 처벌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박 전 검사장이 정씨의 사건을 담당한 차장검사에게 “내사사건의 수사템포를 늦춰줄 수 없느냐”고 말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수사권 행사가 구체적으로 왜곡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특검팀은 수사과정에서 새롭게 불거진 황희철 법무차관의 진정 묵살 의혹도 정씨가 보냈다는 진정서를 찾지 못하는 등 정황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설사 황 차관이 진정서를 묵살했다고 하더라도 고의성은 없었을 것이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의욕을 갖고 출범한 특검팀은 8월 5일부터 55일간 정씨의 접대 리스트에 오른 100여명의 전ㆍ현직 검사 등 총 200여명을 조사했지만 접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대가성도 없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검사들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특검 수사를 통해 기소된 사람은 전ㆍ현직 검사 4명과 서울고검 전직 수사관의 룸살롱 향응ㆍ접대 사건 관련자 5명 등 총 9명에 불과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이 되레 의혹의 중심에 선 검사와 검찰 조직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박 전 검사장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인물인데 특검팀이 기소조차 하지 않았고 검사의 성매매 혐의도 여종업원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정황증거를 찾는 데는 실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봐주기 수사, 면죄부를 준 특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진상규명위에서도 세게 조사를 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며 “특검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고심해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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