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56) 독일 총리가 물자가 부족했던 공산주의 시절 생필품을 쌓아두던 습관이 남아있다고 고백했다.
'통일 20주년'을 앞두고 27일 구 동독인들을 대변하는 시사주간지 주퍼일루와의 인터뷰한 메르켈 총리는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보면 사게 된다"며, 오래 몸에 밴 성향이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독 마지막 총리였던 로타르 드 메지에르의 부대변인을 지낸 메르켈은 화학교수인 남편과 베를린 중심 시티센터 아파트에 사는 등 비교적 넉넉한 형편이었지만 "일반적인 식료품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다"고 밝혔다. 또 수년간 슈퍼마켓이라는 말이 입에 익지 않아 동독에서 부르던 식으로 '카우프할레'라고 불렀다며 동독인들이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었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통일의 최종 결과는 근본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것"이라며 동독 주민들에게 큰 혜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높은 실업률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던져진 동독 주민들이 초반에는 어려움을 맞닥뜨렸지만, 서독 헌법하에서 생활하는 데 잘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렸다. 내달 3일 대대적인 20주년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통일 이후 독일이 문화적으로 더 부유해졌다"고 밝히며 상황을 낙관했다.
최근 독일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1년 9,751유로에서 지난해 1만9,500유로로 두배나 늘었으나, 서독 쪽은 12% 증가에 그쳐 불만이 크다. 독일 정부는 서독지역에서 동독지역으로 막대한 자금을 이전시키면서 경제력 격차 줄이기에 골몰, 통일연대세 등으로 1995년 연대협정 시행 이후 구동독에 매년 750억유로 상당의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
이런 물심양면 지원에도 불구하고 구 동독인들은 아직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동독 출신 노동자들의 임금은 서독 대비 8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업률도 11.5%로 6.6%인 서독보다 2배나 높아 2류국민이라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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