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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25> 인성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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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25> 인성과 방법

입력
2010.09.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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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공부는 아이 개인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일을 아이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차원에서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하면 부모 덕으로 보지만, 못하면 아이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아이의 성장과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공부를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 사이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평소 부모와 아이의 사이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면 아이 공부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것인지 아니면 실패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 사이가 좋으면 부모에게 알려준 공부 방법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어 대부분 효과를 톡톡히 본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돕기 위해 방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받아서 열심히 실천한다. 반면에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조언해준 방법대로 실천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방법이 아이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대로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부모가 전해준 방법이 아이에게는 부모의 또 다른 지시나 요구로 느껴져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아이의 공부에 대한 부모의 반응 방식이 다른데 기인한다. 어떤 공부 방법이 있다고 할 때 아이가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에게는 이미 기존의 습관이 있어서 부모가 권하는 공부 방법에 저항하기 때문에 시행착오와 재시도의 과정이 불가피하다. 이때 보통 부모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반응한다. 첫 번째는 이제 방법을 찾았으니 네가 알아서 하라면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경우다. 그런 다음에 아이가 잘 해내지 못하면 아이를 나무라는 모습을 보인다. 어렵게 전문가를 통해 방법까지 알아내 전해줬는데 왜 그대로 하지 못하느냐고 야단치기 십상이다. 심할 때는 아이의 됨됨이, 즉 인성을 건드린다. 두 번째는 계속 가르쳐준 방법대로 할 것을 촉구하고 감시하는데 집중한다.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그 방법대로 하는지 옆에서 지켜볼 것이니 그대로 해야 한다는 경우다. 세 번째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아이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다. 좋은 방법이지만 그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 준다.

또 새로운 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 어떻게 해야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시도할 것인지를 아이와 함께 고민한다. 당연히 세 가지 경우 중에서 최선인 반응은 세 번째다.

어떤 행위나 결과에 반응하는 방식을 정리한 연구 결과가 있다. 세 가지 방식이 제시되어 있는데 아이의 성적이 떨어진 상황에 적용해서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나무라는 방식이 있다. 정신교육을 통해 각성하도록 촉구하고 결심과 계획을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인간지향적 피드백’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이 방식은 대체로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반감을 갖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의도와는 반대로 공부에 대한 의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힌다.

다음으로는 부모가 먼저 어떤 요구를 일방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사용이나 게임 또는 만화책 등을 금지시키고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공부를 하라는 식으로 ‘행위지향적 피드백’이라고 한다. 이 방식의 효과도 오래 가지는 못한다. 강제성을 동반하면 일정기간 지속될 수는 있지만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강요된 행위가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성적이 떨어진 원인을 생각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는 방식인 ‘방법지향적 피드백’이 있다. 앞의 두 방식과 달리 이 방식은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이에게 거부감이나 반감을 느끼게 하지 않고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므로 성적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회복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한다.

부모인 나는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나의 마음과 생각 속에 자꾸만 아이의 잘못이 강하게 반영된다면 아이의 인성을 건드리는 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스스로 경고 신호를 발동해야 할 것이다. 그냥 방치하면 아이의 됨됨이에 주목하게 되고 불안해져서 결국 타이르거나 야단을 쳐서 바로 잡아야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열심히 잘해 보고 싶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마음먹은 대로 잘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마침 부모가 예상 밖으로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방법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아이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어떤 고생도 감수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부모는 많지만 실제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부모는 점점 줄고 있다. 방법을 조언해주고 함께 노력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때 아이는 부모를 자신의 진정한 아군으로 믿고 의지할 것이다.

인성을 꾸짖으면 아이가 퇴보하지만 방법을 조언하면 아이는 전진한다.

비상교육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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