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말 소니코리아에서 무선 키보드가 포함된 홈시어터용 컴퓨터(PCㆍ약 100만원)를 구매한 회사원 정모(44ㆍ서울 반포)씨. 그는 최근 숫자 버튼이 고장 난 무선 키보드 수리를 위해 소니코리아의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찾았다가 황당한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키보드는 기본적으로 AS가 안되는 데다, PC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30만원 상당의 새 키보드를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전체 제품 가격이 100만원인데, 키보드를 30만원씩이나 내고 새로 사라고 하면 누가 제품 구매를 하겠냐"면서 "소비자를 대하는 글로벌 기업의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외국 정보기술(IT) 전자 업체들의 국내 AS 정책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반입된 외국산 제품의 수리 비용이 너무 높게 책정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소니코리아와 함께 AS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대표 업체는 한국닌텐도. 자사의 가정용 콘솔 게임인 위에 연결해 요가나 근력 운동 등을 할 수 있는 위핏(9만8,000원ㆍ프로그램 구동 CD 및 밸런스 보드 포함)에서 CD를 분실했을 경우엔 CD만 따로 구입할 수 없다. 위핏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9만8,000원을 주고 위핏 전체를 다시 구매해야 한다. 한국닌텐도 관계자는 "위핏에 포함된 프로그램 구동용 CD와 밸런스 보드는 기본 패키지로, 따로따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만 최소 6,700억원(위 2,200억원, DS라이트 4,500억원ㆍ올해 1월 기준)의 매출을 올린 한국닌텐도는 AS센터(경기 부천)를 단 한 곳에서만 운영, 이용자들의 불편까지 초래하고 있다.
국내에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킨 아이폰(3GS)도 AS 문제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하다.
회사원 남모(31ㆍ경기 안양 거주)씨는 최근 "액정화면(LCD)이 깨져 교체하러 갔다가 30만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는 말에 바꿀 엄두를 못 내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며 "1년 넘게 걸려 있는 약정기간 동안 깨진 아이폰을 그대로 써야 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애플은 최근 출시된 아이폰4의 경우, 강화유리와 카메라 등을 비롯해 부분 AS 수리를 해주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아이폰 3GS 제품에 대해선 부분 수리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이폰 3GS에 대한 AS 정책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관련 정책 부서가 소비자 눈 높이 수준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주황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대부분 AS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해외 업체의 경우엔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많다"며 "관련 당국이 비난 받아야 할 마땅한 해외 업체의 AS 문제를 사업자 자율 사안이란 명분으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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