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보기 드물게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산시장에 자금이 넘치는데다가 원화 값 상승(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물밀듯쏟아지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1,800대 돌파에 성공한 뒤 연중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27일 1,860대로 올라섰다. 이달 들어서만 6.77%,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채권시장에서도 5년물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저 수준인 3.82%까지 하락했다.
주가와 채권 값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데도 국내 금융시장으로 향하는 글로벌 자금의 행렬에는 지친 기미가 없다. 9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신권이 2조3,300억원 이상, 개인투자자는 1조8,500억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3조5,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펀드 환매와 같은 악재를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수세로 상쇄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장외)에서도 2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해외 뮤추얼펀드 가운데서도 아시아펀드(일본제외)군에 지난 한 주 15억7,000만달러 등 3주째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한국 관련 펀드에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를 이끌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 기조가 당분간 꺾이지않을 것으로 보여, 원화 값과 주가, 채권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은 엔화 초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동시에 유동성을 확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넘쳐나는 글로벌 잉여자금이 갈만한 곳으로 선진국보다는 경기 여건이 나은 한국 등 이머징시장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돈은 넘치고 미 달러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이머징시장의 통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화 강세에다 내년 초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여, 내년까지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리서치센터장도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설령 원화환율이 떨어진다 해도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일은 없다"면서 주가 추가상승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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