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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환율전쟁 후폭풍/ "자국통화 절하" 강대국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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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환율전쟁 후폭풍/ "자국통화 절하" 강대국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

입력
2010.09.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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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벌이는 환율전쟁의 파편이 원화환율로 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50원이나 떨어진 원ㆍ달러 환율은 연말께 1,100원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급격한 원화 강세가 수출과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 여기에 시장금리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 통화정책까지 무력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G20 의장국으로서 내놓고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정부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인 셈이다.

27일 원ㆍ달러 환율은 1,148.2원까지 떨어지며 4개월 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틀 동안의 낙폭은 무려 13원. 하지만 경기회복이나 기업실적개선 같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주요국, 특히 미국이 인위적으로 달러약세를 유도함에 따라 우리로선 '원치 않는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추가 양적완화(유동성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고, 의회에선 위안화 절상을 위해 중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은 현재 자국경기부양을 위해 전방위적인 달러약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증시의 호전도 원화강세를 부추기는 요인. 미 증시활황→글로벌자금의 위험선호경향→외국인자금의 국내증시유입→원화 강세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원화강세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균형환율 수준을 고려했을 때 1,100원선 안팎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지금의 환율하락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결코 호재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 원화뿐 아니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강세인 만큼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정작 곤혹스러운 쪽은 통화당국이다. 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에 오히려 금리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 7월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원화강세를 틈타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 채권금리는 추락을 거듭,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3.39%)가 2004년의 사상 최저치(연 3.2%)까지 근접한 상태다. 한 시장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가줘야 할 때에 오히려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다 보니 통화정책이 뒤죽박죽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전쟁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예민한 환경 속에서 현재 통화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리정상화 역시 환율문제를 간과할 수 없게 됐다"며 "금리인상 강도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중앙은행이 양적완화까지 해가며 절하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은 이제 물 건너 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의 환율전쟁 분위기상 원화강세의 흐름이 저절로 바뀌기란 불가능한 일. 그렇기 때문에 남은 변수는 외환당국의 대응 뿐이다. 일본이 지난 15일 2조엔 규모의 대대적 매수개입을 단행한 것처럼 과연 우리 외환당국도 개입에 나설 것인지가 관심이다. 이에 대해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중국, 일본 등도 자국의 통화 약세를 원하는 분위기여서 우리나라도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G20 정상회의가 부담요인이다. 역사적인 정상회의를 1개월여 앞둔 시점에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대규모로 직접적인 개입을 할 경우 국제적 비난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국이 뽑을 수 있는 카드는 현재로선 '미세조정'이 전부로 보인다. 실제로 원ㆍ달러 환율이 6원 넘게 급락한 24일이나 1,140원을 하향 돌파한 27일 모두 당국의 개입이 있었지만, 규모는 '미세'한 수준이었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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