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노동당 3차 대표자회가 28일 개막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당 대표자회에 참가할 대표자들이 주체의 최고 성지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했다”고 보도해 당 대표자회 개최를 예고했다.
3차 당 대표자회는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전당대회급 행사이다. 게다가 북한 당국이 당초 ‘9월 상순’ 개최를 공고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 결과에 더욱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후계구도와 관련한 북한의 선택이 주목된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여부를 가늠할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1974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정치위원으로 선출되면서 후계자로 내정된 뒤 1980년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원회 군사위원에 공식 임명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불확실한 건강 상태를 감안할 때 김정은의 고위직 진출은 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김정은은 후계자 내정 단계에서 정치국 위원과 비서국 조직 담당 비서를 맡아 조기에 당을 장악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건강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권력누수를 사전에 방지하고 특정 후견세력 구축을 통해 후계구도를 빠르게 안정화시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에게 공식 직함을 부여하더라도 모습을 전면에 공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권력 세습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공개할 경우 국정의 모든 책임이 김정은에게 전가돼 권력 투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관계자도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이미 김정은으로의 후계 절차는 진행 중”이라며 “이번에 얼마만큼 이 문제를 공식화하고 노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후견그룹의 중앙 무대 진출 여부도 관심거리다.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권력 재편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북인터넷 매체 데일리NK는 26일 “최룡해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와 김평해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가 최근 보직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당 고위 간부 중 비교적 젊은 축(60대)에 속하는 두 사람이 중앙당 요직에 기용된다면 북한판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김정각 북한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등 군과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김정은 비호세력들이 결원이 많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 및 위원 등에 등용돼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권력의 정점에 등극할지 여부도 향후 북한의 권력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근거”라고 말했다.
체제 안정은 내부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개혁ㆍ개방 정책이 공표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와 홍수 피해로 인해 시급히 식량을 확보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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