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지 도시 오명에 땅값도 수십년째 제자리"
한가위를 십여일 앞둔 11일 경기 파주시 용미리 서울시립묘지 앞. 시립묘지로 진입하는 유일한 국지도 98호선(편도 1차선)은 몰려든 성묘 차량들로 입구 2㎞ 전부터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하루 평균 1만2,000여대가 다니는 이 도로는 추석, 설 등 성묘철만 되면 4만6,000여대가 몰려 극심한 정체를 빚는다. 이곳의 묘 3만5,000여 기에는 모두 서울 시민들이 안장돼 있다.
또 다른 역외 기피시설인 고양시 덕양구 서울 난지물재생센터(난지하수ㆍ분뇨처리장) 앞. 퀴퀴하고 후텁지근한 날씨에 악취가 코를 찌른다. 분뇨 수송차량이 지날 때마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다. 분뇨 차량을 피해 귀가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안쓰럽다. 이곳 역시 서울 서부지역 분뇨와 생활하수 등이 집산ㆍ처리되는 곳이다.
파주의 경우 세계 최대의 LCD클러스터 면적(4,506㎡)보다 넓은 이곳 시립묘지 때문에 '묘지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상수도도 설치할 수 없어 식수난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땅값도 수 십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기본권 마저 침해 받고 있다.
주민 조모(48)씨는 "서울 시민들을 위한 묘를 썼으면 서울시가 도로 확장 등 기본적인 기반 시설은 해야 할 것 아닌가" 반문하며 "서울 사람들 보고 '당신들 무덤 다 파 헤쳐 서울로 갖고 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시민들을 위한 경기도 내 기피시설들 때문에 입는 주민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기피시설 인근 주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고양시 고양동(서울시립승화장) 주민의 56.6%가 "승화장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립묘지 주변의 파주 광탄면 주민들은 47.7%가, 남양주시 진접읍(내곡리 묘지) 주민은 17.7%가 "기피 시설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묘지 주변 주민의 경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장례 및 성묘 차량 증가로 인한 통행 불편(51.6%)'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재산가치 하락(18.8%), 시 이미지 훼손(17.0%), 토양 및 식수 오염(5.5%), 정신적 피해(2.2%) 순이었다.
난지물재생센터 인근 주민들의 경우 소음과 악취 등 생활환경 피해(46.7%) 못지 않게 안전 및 건강에 대한 불안감(37.4%)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의 불편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서울시립승화원의 경우 화장시설이 설치되면서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여 반경 2㎞내에 편의시설이 없다. 주민 정모(50ㆍ여)씨는 "콩나물 1,000원 어치를 사려도 인근 마을까지 버스비 2,000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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