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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8월 장원/ 면봉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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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8월 장원/ 면봉들의 편지

입력
2010.09.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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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0년 8월 시 장원에 조수현(울산여고ㆍ필명 세헤라자데)양의 ‘면봉들의 편지’가 뽑혔다. 이야기글에서는 박민혁(인천 제물포고ㆍ필명 c.c.g)군의 ‘좀비는 88을 피운다’, 생활글에서는 정재현(서울 문영여고ㆍ필명 침묵의소리)양의 ‘물고기 공포증’, 비평ㆍ감상글에선 이창희(청심국제중ㆍ필명 리창)양의 ‘강의 끝에 다다르기 위하여’가 각각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면봉들의 편지

조수현(필명 세헤라자데)

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다

깊고 깊은 동굴을 헤맬 때

소리가 귓속에 남아 노랗게 뭉쳐있다

가족의 소리, 가족의 소리다

밥 먹었니? 네 먹었어요 엄마는요?

따뜻한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가끔씩 이 소리는 그대로 남겨두고 싶어서는

최대한 몸을 웅크려보기도 하고

정 안되면 몸을 꼬아서라도 피해본다

고독한 사람의, 귓속은 나무처럼 매말랐다

그의 소리는 모두 가슴을 찢는 소리였다

너는 왜 그것도 못하니? 쓸모없는 사람 같으니!

최선을 다해서 그 소리를 떼어주려고

열심히 허리를 뻣뻣하게 곧세우기도 하고

목을 끝까지 돌려서 파버리려 한다

소리는 마음을 울린다

우리들의 머리 또한 그 소리에 공명한다

바람이 실어다준 작은 씨앗이,

노오랗게 싹이 터서 자리 잡는다

우리는 그 소리들을 매일 마주친다

농사꾼처럼 숙련되게 소리를 품어서

그렇게 우리는 잠이 든다

▦심사평

면봉들의 귓속 동굴 탐사가 자못 진지하고 살갑다. 결국 우리는 소리를 먹고 그 소리에 ‘공명’ 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사소한 것의 사소하지 않음은, 여기 면봉 하나가 손오공의 요술방망이보다 왜소하다 퉁바리를 맞을 수 없음이다.

유종인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10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장 글틴’ 홈페이지의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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