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한일전인 데다 결승전이라는 중압감이 선수들을 누른 것 같았다. 워낙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여 첫 골을 먼저 넣고도 불안했다. 우리 팀은 패스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수비진과 허리진의 간격이 너무나 넓었다. 또 세컨드 볼도 일본에 모두 뺏기는 등 경기를 풀어가는데 큰 어려움을 드러냈다.
전반전에는 일본 특유의 패싱 게임에 밀렸다. 특히 김민아 골키퍼의 첫 번째, 두 번째 실점은 아쉬웠다. 특히 막을 수 있는 '만세골'을 내줘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었으나 의외로 잘 버텨줬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라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2로 전반전을 마친 게 후반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벤치에서는 후반 들어 밸런스 유지와 미드필드의 압박을 주문한 것 같았지만 이 역시 잘 먹혀 들지 않았다. 패스 미스가 너무 많은 데다 볼 컨트롤도 잘 되지 않아 2-3에서 한 골만 더 실점했으면 경기가 힘들어졌다.
여민지가 철저히 막힌 데다 특별히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키 플레이어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대로 한국 수비진 역시 상대 에이스인 요코하마를 잘 막았던 덕분에 선전할 수 있었다.
후반에 다소 밀렸지만 3-3 동점골을 넣어 연장전까지 끌고 가고 승부차기 끝에 우승할 수 있었다. 체력 소모가 많았던 탓인지 양팀은 연장전에서 별다른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일본전이기 때문에 더욱 지면 안 된다는 각오와 불굴의 정신력이 결국 승부차기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상엽 한양여대 감독ㆍ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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