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20일, 2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 남부지역의 항구도시 움 카사르에 컨테이너선박이 도착했다. 배에는 미국이 이라크 바빌주(州)의 학교에 보낼 노트북 8,080대가 실려 있었다. 가격으로는 따지면 180만달러 가량. 하지만 이들 컴퓨터 중 4,200대는 지난 9월 이라크의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와 한 사업가의 손에 들어갔다. 나머지 컴퓨터도 바빌의 학생들에게 단 한대도 전달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초 이라크에서 발생한 노트북 컴퓨터 실종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의 부패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당초 선적서류의 목적지를 바빌이 아니라 움카사르로 잘못 기재하면서 발생했다. 컴퓨터의 행방이 묘연하자 미군 측은 조사를 요청했으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진 컴퓨터는 8월 다시 이라크 경매시장에서 거래됐고, 이라크 신문 알 나시리야는 "공무원들이 학생들의 컴퓨터를 훔쳤다"며 고위 관료들의 연루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까지 나서 국가청렴위원회에 조사가 시작됐다. 매물은 자취를 감추었으나 지난 9월 다시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NYT는 "컴퓨터 제품은 부두에 선적된 지 90일 이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경매 처분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를 지적하며 이런 부패상이 만연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청렴도기구(2009년 기준)에 따르면 이라크는 수단,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와 함께 세계 5대 부패국가 중 하나이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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