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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원래 성(姓) 되찾은 70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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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원래 성(姓) 되찾은 70대 할머니

입력
2010.09.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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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동본 금혼 조항 때문에 성(姓)을 바꿔 결혼했던 70대 여성이 자기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우여곡절 끝에 40년 만에 본래의 성을 찾았다.

2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경주 김씨인 김모(71) 할머니는 1969년 한 남성과 사랑에 빠졌지만 부부의 연(緣)을 맺을 수 없었다. 상대 남성도 경주 김씨였기 때문. 동성동본 금혼 규정은 97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2005년 민법 개정으로 공식 폐지돼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엄연히 살아 있는 족쇄였다.

김씨는 가공의 인물이 되는 묘수를 택했다. 예비 시어머니의 지인인 박모씨의 딸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해 ‘박○○’라는 서류상 인물을 만들어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주민등록상으로는 원래 이름인 ‘김△△’, 가족관계등록부상으로는 ‘박○○’이라는 두 인물로 살아왔지만 큰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자 상황이 달라졌다. 김씨의 네 자녀가 박씨 명의의 가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돼 있어, 유산 상속 등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지난해 5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가공 인물인 ‘박씨’를 상대로 “박씨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부모 사이엔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피고 박씨는 원고 김씨와 동일인 또는 허구의 인물이어서 분쟁 가능성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却下)했다. 공단 측은 “김씨의 이름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판결문에 적시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의 근거만큼은 마련해 달라”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면서도 공단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김씨 문제는 법원 판결보다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절차로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씨는 결국 올해 2월 박씨 명의의 가짜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고 자녀들을 실제 명의의 가족관계등록부로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이름 및 가족관계를 둘러싸고 꼬여 있던 실타래가 40년 만에 풀린 것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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