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남의 휴대폰을 무단 사용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기소된 박모(3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휴대폰 무단 사용은 사용절도(남의 물건을 일시적으로 허락 없이 사용한 뒤 제자리에 놓거나 버리는 행위)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처벌하려면 사안별로 별도의 처벌규정이 필요한데 휴대폰에 대해선 아직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휴대폰을 상습 절도한 혐의로 박씨를 기소한 뒤 통신서비스를 이용해 재산 피해를 준 사실도 드러나자 ‘컴퓨터 등 사용사기’혐의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씨가 훔친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 등으로 5만4,000여원의 재산 피해를 준 사실은 인정했지만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형법상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적용하려면 부정한 정보의 입력 또는 정보처리가 전제돼야 하는데, 휴대폰 사용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휴대폰은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통화 또는 인터넷 접속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사용자에 의한 정보 혹은 명령의 입력이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 2심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 “박씨의 행위는 정보처리장치 자체에 대한 부정사용으로서 이른바 사용절도에 해당하지만, 자동차 등 불법사용, 편의시설 부정이용과 같은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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