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정권을 뺏긴 영국 노동당의 새 당수로 이제 갓 40대에 들어선 에드 밀리반드(40) 전 에너지ㆍ기후변화 장관이 선출됐다. 이로써 집권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44) 보수당 당수는 물론 부총리를 맡은 닉 클레그(44) 자유민주당 당수와 함께 영국 정치는 40대가 주도하게 됐다.
25일 진행된 노동당수 선거에서 당초 에드의 친형인 데이비드 밀리반드(45) 전 외교장관이 유력시됐으나, 에드 전 장관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1차 투표에서 2위에 그치면서 3차 투표까지 밀렸지만 이후 노동당의 가산 득표제를 통해 최종 4차 투표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동생의 승리가 확정딘 순간 데이비드는 벌떡 일어나 동생을 포옹했고 "내가 이기지 못했어도 동생이 당을 이끌게 돼 기쁘다"고 축하했다.
차기 노동당수를 둘러싼 형제의 다툼은 앞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중도 성향의 형 데이비드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밑에서 정치적 경력을 쌓은 것과는 달리 급진 성향의 에드는 2005년 처음 정계에 진출해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밑에서 경제 관련 특별 보좌관을 지냈다.
상대적으로 경력이 일천한 에드와 달리 형 데이비드 밀리반드는 외교장관을 오래 지내면서 '똑똑하고 차분한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쌓았다. 특히 브라운 전 총리가 휘청댈 때마다 블레어파를 대표하는 차기 당수감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반면 에드는 17세에 노동당원이 된 후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철저한 현장 중심의 정치철학을 유지해 노동조합 핵심 인사들과 끈끈한 동지적 관계를 맺어 온 게 장점이다. 노동당 집권 시절인 2007년 37세에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고,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 선거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 보수 여당의 독주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는 당원과 노동조합 현장 지도자들의 표심이 강경파인 에드에게 기운 것이 승인이었던 셈이다. 노동조합과 급진 좌파 성향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보수 언론들로부터 '레드(Red) 에드'로 불린다.
한편 영국 언론들은 밀리반드 형제가 누가 당수가 되든지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돕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선에서 떨어진 데이비드도 예비 내각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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