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의 상반된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을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본래 친이계인 김 지사는 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두 사람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흐름과 맞물려 흥미롭다.
차기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친이계와의 거리 좁히기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조해진 강승규 김영우 의원 등 친이계 핵심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이달 14일 당내 여성 의원들과 오찬 모임을 갖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 대통령이나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 의원은 24일 "일부러 친이계와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세종시 문제로 경색됐던 국면이 서서히 해소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박 전 대표는 자연스러운 소통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지사는 오히려 최근 청와대를 비판하는 언행을 자주한다. 김 지사는 24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는 구중궁궐 같은 곳이어서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고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언이 필요한데 직언하면 불이익이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소통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또 "소통을 위해선 권력 분산 이외에는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이에 앞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더니 지난달 25일엔 "국가 리더십이 혼미하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의 측근은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교로운 건 상반된 행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지지율이 모두 상승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 지지율은 올 상반기 세종시 논란으로 이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을 때 25%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30%대 초반까지 상승했다. 김 지사의 지지율도 올해 초만해도 1~3%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7~9%까지 올라섰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상무는 "최근 두 사람의 지지율 상승은 이 대통령과의 상호 작용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박 전 대표의 경우 이 대통령과의 갈등 고리를 풀기 시작하면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라며 "김 지사의 부상은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차기 후보 지지도 상승으로 연결되는 전형적 패턴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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