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한국 대 그리스전을 응원하기 위해 가족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극장이 떠나갈 정도로 큰 부부젤라 소리와 함께 3D 입체화면을 보니 박지성 선수가 바로 옆에서 뛰는 듯 생동감이 느껴졌다.
어느새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다가온 '3D 혁명'은 영화 로 본격화됐고, 이제는 등의 후속 3D 개봉작들이 박스 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전세계 3D 영화관 수가 불과 1년 사이에 3배 가깝게 늘어날 정도다. 또 삼성, LG 등 우리나라 유명 전자업체들도 앞다퉈 3D TV 제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소프트웨어인 3D 콘텐츠 혁명이 하드웨어 시장까지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산업은 여타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2014년 전세계 시장규모가 1조4,403억달러로 전망되는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할 만하다. 선진국들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각의 나라 상황에 맞는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디즈니사는 1편의 3D 영화 제작에 무려 2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 영화는 1편당 평균 총 제작비가 23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최대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의 경우도 160억원 수준이다. 우리 영화의 경우 주 시장이 국내와 아시아 일부 지역으로 국한되어 과감한 투자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의 '야성적 충동'과 금융권 및 정책당국의 지원 노력이 잘 결합되어 세계적 콘텐츠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유기적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그야말로 정부ㆍ제작기업ㆍ금융권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관련 기업들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장기적 안목을 갖고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여건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지만, 금융권에서도 관행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잣대를 가지고 창의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때이다.
'백락일고'(伯樂一顧ㆍ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봄)라는 말처럼 우리 금융권이 창조성과 잠재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을 발굴ㆍ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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