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가장 받고 싶은 명절 선물’ 1위로 현금 또는 상품권이 꼽혀왔다. 상품권이 사실상 현금처럼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일제히 세일 행사에 돌입한 건 10월 초부터 시작될 가을 정기세일에 앞서 브랜드별로 세일에 들어가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지만 추석을 앞두고 시장에 풀린 상품권 회수도 그 이유 중 하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앞두고 주요 백화점들의 상품권 매출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20% 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추석(9월 22일) 30일 전부터 추석 전날까지 판매된 상품권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20.2% 늘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에 각각 18,1%, 20.8% 증가했다.
개별 백화점들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판매액수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번에 판매된 상품권 액수가 대략 8,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게 정설이다. 경기회복세에 따라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대폭 늘었다는 게 백화점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장에선 상품권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추후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어 상품권 영업에 총력을 기울였다”면서“이제는 상품권 회수 전략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상품권을 가진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여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추석 연휴 직후부터 브랜드별 세일을 시작한 데 이어 내주부터 가을 정기세일에 들어가는 건 시기적인 이유도 있지만, 백화점업계에겐 상품권 회수를 위한 주요한 수단인 셈이다.
그렇다면 백화점이 상품권을 발행하고 회수하는 데 역점을 두는 이유는 뭘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매출 확보다. 우선 상품권을 발행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상품권 수요자들이 ‘미래 매출’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가 상품권을 들고 백화점을 찾기 전까지는 금융수익 또는 선수금활용수익이 되는 만큼 상품권 판매금액을 다른 용도로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다.
세일행사 등을 통해 상품권 회수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추가 매출’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다. 다른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10만원 상품권을 들고 찾아오는 고객이라면 80% 이상이 10만원 이상을 지출한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설 연휴 이후에 실시하는 봄 정기세일과 추석 연휴를 전후한 가을 정기세일 때 상품 구매 고객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할인혜택을 주거나 보너스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상품권을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상품권이 유효기간 내에 청구되지 않을 경우 백화점 입장에서는 그 액수만큼 미회수퇴장수익, 이른바 ‘낙전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화점 상품권의 미회수율이 평균 0.5~0.8%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개인의 경우 신용카드로는 구입이 불가능하고 현금구입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이른바 ‘상품권 깡’이 횡행하는 등 유통질서가 문란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백화점들이 손쉽게 현금을 확보하면서 카드 수수료를 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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