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며,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미국의 10분에 1에 불과하다"고 몸 낮추기 전략으로 대응했다. 일본을 제치고 전체 GDP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실제 중국의 모습은 그렇지 않으니 그만 압박하라"는 우회적인 메시지다.
원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개최된 제65차 유엔총회에서 '진짜 중국을 이해하기'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주요 상품의 생산국이지만 아직 세계산업화 사슬의 하위에 위치해 있고, 거대 수출국이지만 기술과 부가가치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해안도시들은 현대화됐지만 중서부 내륙지방은 뒤떨어져 있으며, 중국인 1,500만명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원 총리는 2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담을 갖고 환율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평가된 위안화를 즉각 절상하라"고 요구했으나, 원 총리는 "점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은 막대한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20~40% 가량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 하원에서 저평가된 위안화를 무역보조금으로 보고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표결을 앞두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양측은 회담 후 공식 발표에서는 환율 등 껄끄러운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대화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만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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