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내각 부총리로 승진시킨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우리로 치면 수석 차관이 장관을 건너 뛰고 부총리로 두 단계 수직 이동한 셈인데 단순한 인사 이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 신임 부총리는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해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북핵 협상과 대미관계를 막후에서 지휘해온 북한 외교의 실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도 상당해 상관인 외무상을 제치고 김 위원장과 직보 체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와 함께 현재 북핵 6자회담의 실무협상을 맡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리용호 참사를 각각 외무성 제1부상 및 부상으로 승진 임명해 대미 외교라인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 김계관은 2000년대 들어 2~6차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맡았고, 리용호도 북한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이들의 '동반 승진'에는 답보 상태인 6자회담과 대미 외교의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은 "평화체제를 보장받기 원하는 북한의 지속적인 구애에도 미국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막후 실세인 강석주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 전면 배치해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노동당 3차 대표자회를 앞두고 당ㆍ정ㆍ군 간의 권력 균형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6월 단행한 내각 개편에서도 당 책임비서나 경제 관련 부서장을 부총리로 신규 임용했을 뿐 그 동안 대외 담당 부총리는 전무했다. 1998년 김정일체제 출범 이후 국방위원회와 군 등 통제 기구에 쏠려 있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대외 분야에 보다 큰 자율권을 부여한 게 이번 인사에 담긴 의미란 얘기다. 대북소식통은 "강석주가 올해 5월 김 위원장의 북중정상회담 때 북한 최고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제치고 상석에 배석했다는 전언도 있다"며 "그의 부총리 발탁은 실제 파워에 걸맞게 직위를 정상화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후계체제를 염두에 둔 외교라인의 세대교체란 분석도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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