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가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지난달 U-20 여자 월드컵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엔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U-17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우리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이런 기세라면 결승에서 일본을 이기고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다. 축구 강국들에 비해 척박한 현실을 극복하고 일궈낸 성과라 대견하고 가슴 뭉클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세계 정상 대열에 오른 대표팀에 환호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대 스페인전은 조직력과 집중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선수들은 스페인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상대 팀 골문을 흔들었다. 그 결과 선제골을 내준 지 2분 만에 동점골을, 이어 14분 뒤에는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몇 차례 추가 실점의 위기도 침착하게 막아내고 기회 있을 때마다 예리한 공격을 퍼부어 상대를 압도했다.
대표팀은 조별 리그부터 위기를 기회로 삼는 탁월한 기량을 보였다. 실점을 하면 바로 만회골을 뽑아내 경기 흐름과 분위기를 반전시켜 승기를 잡았다. 남아공, 멕시코와의 조별 리그 경기가 대표적이다. 연장 끝에 역전승을 거둔 나이지리아전은 끝까지 포기 않는 불굴의 의지가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한국 여자 축구의 잇따른 선전은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흘린 땀의 결과다.
그러나 여자 청소년 축구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선수층도 얇고 경기 시설도 낙후한 상태다. 그럼에도 큰 성과를 낸 것은 소수 엘리트를 선발해 집중 훈련한 덕분이다. 여자 축구가 지속적으로 세계 무대 정상에 서려면 저변을 넓히고 유소년 단계부터 체계적인 훈련과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U-20, U-17 대표팀의 빛나는 성과가 여자 축구의 중흥으로 이어지도록 관심과 체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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