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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길을 묻다] (2) 공정한 분배 공평한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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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길을 묻다] (2) 공정한 분배 공평한 세금

입력
2010.09.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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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감세 '논란 불씨'… 서민들 세부담 증가로 불똥 튈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 도입을 언급하고 나서자,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 가장 유력한 방안이 부가가치세 인상이었다. 우리나라 부가세율이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세율(17%)보다 크게 낮은 만큼, 인상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굳이 통일세가 아니라도 빠듯해진 재정 여건상 머지 않아 부가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 정부 한 관계자는 "저출산ㆍ고령화로 나라 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년 이상 세율 인상이 없었던 부가세를 손 대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간접세인 부가세를 높이는 경우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이나 동일하게 세금 부담을 떠안는다는 점. 소득 역진적일 수밖에 없다. 법인세ㆍ소득세 인하 등 '부자 감세'를 하더니, 텅 빈 나라 곳간을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조세 정책의 불공정성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부자 감세인가, 아닌가

현 정부 조세 정책의 공정성을 보자면, 우선 정부 초기 단행된 감세가 '부자 감세'인지 아닌지부터 따져봐야 된다. 현 정부는 당초 ▦법인세 및 소득세의 단계적 인하 ▦종합부동산세 단계적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폐지를 추진했다. 또 실제로 법인ㆍ소득세율이 일부 인하됐고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과세도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감세 혜택은 부자에게 집중됐다. 종부세의 경우 2007년 세수가 2조4,000억원에서 작년에는 1조2,000억원으로 딱 절반으로 줄었다. 줄어든 1조2,000억원은 고스란히 부자들의 주머니에 남아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의 추가 인하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자 감세'에 항변하는 정부의 논리는 "고소득 구간이나 대기업들에 대해서만 세율을 낮추는 게 아니다. 또 세율을 낮추면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것. 언뜻 틀린 얘기는 아닌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직접세는 원래부터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소득이나 기업 순익 규모에 누진적인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율을 낮출수록 부의 재분배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소득세의 경우 소득 구간이 높아질수록 인하 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구간별로 동일하게 2%포인트씩 세율을 낮추게 되면, 고소득층의 세금 인하 폭이 훨씬 커지는 건 당연하다. 국회 전문위원실은 "과표 4,600만원을 초과하는 인원이 10.3%(27만2,054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납부하는 소득세는 전체 금액의 64.5%(38조6,652억원)에 달해 감세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색내기 서민 배려로는 역부족

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의 타이틀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과 함께 조세정책에서도 서민을 배려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요란한 외양에 비해서 그 실속은 별로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일용근로자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인하하고, 대학생 근로장학금에 대해 소득세를 비과세하고, 경차 유류세에 대해 환급을 연장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 세무검증제도를 도입하고, 미용목적 성형수술 등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대기업이 집중 혜택을 받아온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부자 증세'의 흔적을 보이긴 했지만 이 역시 미미하긴 마찬가지였다.

세제 운용의 핵심인 세율은 낮추면서, 다른 부분을 통해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자니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부분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 전문가들은 조세정책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부자감세를 유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내린 세율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2012년으로 미뤄 놓은 추가 감세만큼은 철회를 해야 한다는 것.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위기로 소득분배의 편차가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감세는 분배구조 악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공정한 세제를 위해서는 감세를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 감세로 더욱 악화될 재정 건전성을 메우기 위해 부가세 인상이 됐든 뭐가 됐든 결국엔 서민들의 부담만 키울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美도 감세 논란/ 오바마 "부자들 세금 낮춰줄 여유 없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 공방이 뜨겁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11월 중간선거와 맞물리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보수적 성향의 공화당은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감세 조치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둔화 우려를 들어 중산층에 대한 감세는 연장하되 부자들에 대한 감세 정책을 연장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라 고소득층에 적용되는 최고 소득세율(25만달러 이상)을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39.6%에서 36%로 낮춘 상태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존 뵈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지역구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연 소득 25만달러(약 3억원)의 부자들에게까지 세금을 낮춰줄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며 공화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뵈너 원내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포함해 모든 계층에 대한 감세조치를 2년간 연장하고,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을 2008년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뵈너의 정책은 백만장자들에게도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자는 것"이라며 "중산층 감세 문제를 볼모로 삼아 부자들의 감세를 더 이상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부시의 부자감세 정책 연장은 7,000억달러(약 820조원)짜리의 실책이 될 것"이라면서 올 연말 감세 정책의 종료 방침에 쐐기를 박아 놓은 상황이다.

부자들의 감세 요구에 오바마 행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빈부 격차가 감세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하기 때문. 실제로 빌 클린턴 정부로부터 2,360억달러의 흑자재정을 물려받은 부시 정부는 2008년 기준 4,550억달러의 적자 장부를 오바마 행정부에 넘겨줬다.

정민승 기자

■ 줄줄 새는 세금

세금 문제에서 '공정'이란 자신이 버는 수입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것. 따라서 실제 수입에 최대한 가까운 액수를 기초로 세율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공정사회 정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도 누락되는 소득은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외국에 비해 특히 자영업자 비율(2009년말 전체 취업자의 24.3%)이 높은 한국에서는,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간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을 비롯, 유흥업소 등 일부 자영업자들이 현금 수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관행이 여전하다. 반면 봉급생활자들은 급여 통장에 명확하게 숫자가 찍혀, 과세당국이 소득의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유리지갑' 신세.

봉급생활자들의 피해의식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조세연구원이 2008년 2,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납세의식 조사에서는, 자영업자가 된 상황을 가정할 때 봉급생활자의 66.2%만이 "성실 납세하겠다"고 답해 실제 자영업자의 성실납부 의향 비율(83.1%)을 크게 밑돌았다. 봉급생활자들은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내야 할 만큼 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신용카드 결제를 피하는 사업주가 많으냐는 질문에서도 봉급생활자들이 그렇다고 말한 비율이 더 높았다. 이 조사에서 자영업자들은 ▦세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반면 ▦실제 납세에 순응하는 비율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샐러리맨에 얼마만큼 세금을 덜 내고 있는 걸까. 지난해 국세청 등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봉급생활자의 소득파악률(실제 납세 소득 중 과세당국에 신고되는 비율)은 82%에 이른 반면, 자영업자는 전체 소득의 57% 정도만 신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된 세무조사에서는 세금 탈루율이 37.5%로 파악됐다. 2005년 56.9%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졌으나, 여전히 소득이 3분의1 이상을 숨기고 있다는 얘기.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 등의 '당근' 외에도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을 높이는 '채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조사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주차단속을 뜸하게 나가면 생기는 반응이 그렇듯, 세무조사 비율이 낮으니 탈루가 적발돼도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고 '재수가 없었다'는 식으로 치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근로장려금(EITC) 제도가 자영업자에게도 확대되는 2014년까지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을 80% 내외로 끌어올려야 형평성 문제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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