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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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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입력
2010.09.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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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을 타고 출퇴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급행을 타면 일산역에서 서울역까지 30분이면 족하다. 또 어두컴컴한 지하를 달리는 불쾌감도 없고, 곡예 버스처럼 위험하지도 않다. 다만 서울역에서 마주쳐야 하는 노숙자들이 부담스럽기는 하다. 계단밑이나 건물의 처마밑에서 잠을 자거나 막걸리를 마시는 이들을 보면서 마땅한 정부 대책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서둘러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한다.

요즘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패자와 약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언급을 자주한다. 이른바 '공정사회'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내세웠던 모토 중 가장 유사한 것이 전두환 정권의'정의사회 구현'이다. 말은 근사했지만 당시 권력자들의'부정의'를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써먹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노무현 정권의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 노태우 정권의 '보통 사람의 시대'등도 서민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는 하나 성공사례로는 꼽히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20일에도 라디오연설을 통해"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는 뜻은 다른데 있지 않다. 뒤처진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고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공정사회 관련 어록을 살펴보면'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 '기득권자에게는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있는 사람이 더 내고 적게 가진 사람은 적게 내는 복지' '가진 사람이 나눔의 마음을 가지면' 등등으로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차기 선거를 노린 정치적 것이든 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긴 것이든 '공정한 사회'는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구호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중요한 것은 실천방안과 의지일 것이다.

한국일보가 20일자부터 시작한 '공정사회, 길을 묻다' 시리즈에서 각계 원로ㆍ전문가들이 제시한 실천과제를 보면 좀더 방향이 선명해진다.'법과 원칙 준수'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고,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공정하고 균형있는 공직인사' '복지정책을 통한 약자 배려와 경제적 양극화 해소' 등이 뒤를 이었다.

뒤집어 보면 이들 과제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실했던 것들이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의 시발점이'양극화'다. 양극화로 부자와 빈자의 갈등이 촉발되면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정보 제공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상장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사상최대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이 같은 실적잔치를 하는 동안 사회 한 켠에서는 무수한 실업자, 특히 청년 실업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PC방을 떠돌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세력'으로 전락하고 있다. 싸움도 해보지 못한 채 패자가 된 것이다. 대통령의 요즘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은 출발과 그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조차 부여 받지 못했다. 노숙자들 역시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다.안철수 교수의 주장이 생각난다. "실리콘 밸리는 승자들의 요람이 아니라, 패자들의 요람이다. 패자들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청소년들이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다."

조재우 산업부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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