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자들의 오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근본적 욕구는 호감과 존경이다. 우리는 가족 친구 동료 등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든 호감과 존경을 얻고 싶어한다. 그러나 호감과 존경을 동시에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호감을 얻으려면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존경을 잃기 쉽다. 또, 존경을 얻기 위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다 보면 호감은커녕 시기와 질투를 받기 십상이다. 능력이 뛰어난 엄친아(뭐든지 잘한다는 엄마 친구 아들)에 대해서는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동시에 받는 것은 불가능한 꿈일까?
나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호감과 존경이 가는 사람들을 꼽아 보라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안철수 교수, 박지성 선수, 반기문 사무총장, 김연아 선수 등을 꼽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뚜렷이 내세울 수 있는 자신의 강점과 업적이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겸손한 태도를 지녔다는 점이다. 호감과 존경을 동시에 얻게 하는 보다 구체적인 요인을 발견하기 위해 나는 지난 수년간 수업에서 소집단 조별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핵심적으로 발견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 자신의 강점을 타인의 약점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호감과 존경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강점을 솔직하게 나타내면서도 남과 비교하는 등 잘난 체는 하지 않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자신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남과 비교해가면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은 나의 강점을 드러내기 전에 타인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의 노력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유교 문화가 강한 우리는 무조건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자세에 익숙하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문화비교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나는 별로 잘하는 것 없고, 많이 부족하다"는 식의 무조건적 겸양은 장기적으로 호감과 존경을 모두 저해하는 요인이다. 오히려 "나는 열심히 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노력을 부각시키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타인의 입장에 서서 얘기를 들어야 한다. 호감과 존경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 주는 것이다. 조별 활동을 수개월하면서 주변 학생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열심히 들어주는 학생이 결국 가장 높은 수준의 사랑과 존중을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심으로 열심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라. 그것이 최선의 인간관계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추석 연휴다. 모처럼 만난 일가친척이 그간의 안부를 물어보게 마련이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선 나는 내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는가, 어떤 식으로 '잘난 척'을 하고 어떤 식으로 '겸손'을 떠는가를 한번 유심히 돌아보기 바란다. 괜히 오랜만에 만난 젊은 조카나 사촌에게 "어느 대학에 원서 넣을 거냐", "어디 취직 준비 하냐", "결혼할 사람 있냐" 등의 얘기는 행여 하지 말기 바란다.
추석 연휴엔 정성껏 듣고 오자
관심을 표명한답시고 하는 그러한 얘기가 듣는 사람에게는 마음 아픈 일이 될 수 있다. 오죽하면 인터넷 포탈 검색에 '추석 때 가장 듣기 싫은 소리와 대처 방안'이라는 검색어가 인기 순위에 올랐겠는가?
차라리 상대방에 입장에 서서 들어라. 요즈음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에 대해 열심히 들어주고, 진심으로 관심을 나타내라. 연휴가 끝나고 일터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내년 추석 때쯤이면 주변 동료들과 일가친척으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은주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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