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즘, 센티멘털, 잠재의식…. 요즘 흔히 쓰이는 단어들이다. 이런 어휘들이 우리 일상에 뿌리내리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사전이 발간됐다. 한림대 한림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선인 발행)은 식민지 시기에 확산된 근대어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 사전은 1922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국내 최초의 신조어사전 와, 1934년 청년조선사에서 발행한 잡지 ‘청년조선’의 부록으로 나온 의 어휘들을 현대어로 풀어 엮은 것이다. 두 사전 모두 국한문 혼용으로 당시 막 쓰이기 시작한 근대 개념어들과 외래어들을 수록하고 있다.
‘고등 또는 대학 졸업의 지식계급인 자가 직업을 갖지 못하고 무위도식하는 것을 말함. 즉 생활난을 부르짖는 시대의 중류계급의 인물’ 이라고 풀이돼 있는 ‘고등유민(高等遊民)’은 고등교육을 받고도 청년들이 좀처럼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식민지시기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보통선거’도 수록돼 있는데 ‘다만 정년(丁年) 이상의 남자로 공민적(公民籍)을 가진 자에게는 누구든지 선거권이 있다 하는 제도를 말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민주주의 의식의 확산과 함께 여성 참정권에 대해서는 인식이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보여준다.
김용구 한림과학원장은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어휘는 식민지 근대의 경험을 담고 있는 기표”라며 “당시 어휘 연구에 귀중한 자료였던 두 권의 사전을 오늘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함으로써 동아시아 개념 소통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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