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수문장이 국제 대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홍명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23세 이하) 감독이 ‘와일드 카드(연령 제한 초과 선수)’1순위로 수문장 정성룡(25ㆍ성남)을 염두에 뒀던 까닭이다.
한국 축구는 과거 수문장 불안으로 국제 대회에서 여러 차례 분루를 삼켰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뒷문이 불안할 경우 팀 전체가 흔들린다. 안정감 있는 수문장 없이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운재(37ㆍ수원)가 태극 마크를 반납한 현재 한국 최고 수문장으로 정성룡이 꼽힌다. 그러나 정성룡은 팀 사정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됐다. 정성룡의 공백은 신예 김승규(20ㆍ울산)와 이범영(21ㆍ부산)이 메우게 됐다. 이들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박주영(25ㆍAS 모나코), 기성용(21ㆍ셀틱)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김승규와 이범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전 수문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지난해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에서 펼쳐진 경쟁에서는 김승규가 판정승을 거뒀다. 당초 이범영이 붙박이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1차전(0-2)에서 결정적인 판단 미스로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후 주전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도맡아 끼었다. 그러나 광저우에서 펼쳐질 경쟁의 승자는 현재로서 예측할 수 없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주전 수문장은 김승규와 이범영이 대표팀 소집 때까지 각자의 소속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김승규는 김영광, 이범영은 최현의 그늘에 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아시안게임 엔트리 발표를 전후해 주전 수문장으로 나서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승규는 최근 김영광의 부상으로 찾아온 출전 기회에서 예사롭지 않은 솜씨를 보이며 팀의 2연승에 공을 세웠다. 지난 11일 경남전 후반 8분 교체 투입된 김승규는 수 차례 선방으로 1-0 승리를 지켜냈고 18일 전남전(3-0)에서도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이범영은 9월 4일 인천전(1-1)부터 3경기 연속 선발 골키퍼로 나섰지만 2무 1패에 그치며 아직까지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그러나 4일 인천전에서 유병수의 페널티킥을 감각적으로 막아내며 빼어난 자질을 확인시켰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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