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타르 베르바토프(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운 오리’에서 진정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불가리아 출신의 공격수 베르바토프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을 거쳐 2008년 8월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당시 4년 계약에 3,075만 파운드(한화 615억원)라는 맨유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적 첫해인 2008~09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ㆍ레알 마드리드)와 웨인 루니(25)가 주도하는 빠른 템포축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리그 9골에 그치자 맨유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퍼드 팬들은 그에게 ‘먹튀’ 논란을 제기하며 ‘미운 오리’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두 번째 시즌에서도 베르바토프는 기대를 밑돌았다.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12골 등 지난 두 시즌간 정규리그 53경기에 출전, 21골에 그치며 ‘퍼거슨 감독의 실수’, ‘최악의 영입’이라는 수모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특히 빠르고 거친 프리미어리거 스타일에 익숙했던 팬들은 마치 어슬렁대는 듯한 베르바토프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게으름뱅이’라는 비아냥이 따라 다녔고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분데리스가 유턴 등 질책성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베르바토프는 이를 갈았고, 2010~11시즌 탈바꿈했다. 팬들의 야유가 환호로 바뀐 것은 19일 리버풀과의 5라운드가 결정적이었다.
베르바토프는 ‘장미전쟁’으로 불리는 라이벌전에서 해트트릭을 작렬, 3-2의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맨유 선수가 리버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46년 이후 64년 만이다. 특히 환상적인 두 번째 골이 터지자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후반 14분, 나니가 페널티지역 바깥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무릎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 오버헤드킥으로 골문을 가른 것.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베르바토프는 6골로 득점 선두로 올라섰고 맨유는 지난 시즌 득점 2위를 차지한 루니(26골)가 최근 성 스캔들에 휩싸이며 리그 1골에 그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베르바토프의 만점 활약을 앞세워 5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2무)을 달렸다. 베르바토프는 리버풀전 이후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맨유 입단 이후 최고의 경기였다”며 “미소를 지은 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