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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배구 지도자로 돌아온 갈색폭격기 신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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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배구 지도자로 돌아온 갈색폭격기 신진식

입력
2010.09.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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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폭격기’ 신진식(35)은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그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면 우승트로피가 어김 없이 손 안에 들어왔다.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 2연패와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 달성 순간에도 신진식은 매번 호쾌한 스파이크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코트에서 그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진식이 지도자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다. 2년 9개월간의 힘겨운 호주 생활을 접고 배구대표팀 트레이너로 변신한 신진식은 어딘가 모르게 편해진 느낌이었다.

‘무면허 트레이너’의 고행으로 지도자 밑거름

2007년 한국배구의 중심에 섰던 신진식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을 때 모든 배구 팬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시 32세였던 신진식이 2, 3년 정도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몸 상태라 ‘타의에 의한 은퇴 논란’이 일었다.

조기 은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을 법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호주행에 대해 추호의 후회도 없었다. “배구만 26년을 했다. 절대로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만약 은퇴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자유계약선수(FA) 제도도 없어 팀을 옮기는 게 자유롭지 못했다.”

호주에서 지도자 연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생전 처음으로 배구가 아닌 다른 일에 뛰어든 탓에 고행이 뒤따랐다. 시드니 대학과 한국교민클럽인 ‘이글스’에서 배구를 하다 2009년 8월부터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자격증 없는 무면허 트레이너라 ‘돈벌이’가 여의치 않았다.

그는 “10개월간 한국교민들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전문 트레이너로 나섰다. 처음에는 수강생이 10명까지 늘어나 괜찮았지만 점점 힘들어졌다. 나중에는 한 달 평균 수입이 120만원에 그쳤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신진식으로선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어학 연수도 하면서 지도자의 밑거름을 닦은 게 큰 수확이었다.

김세진과 헤어졌다면 배구판도 재편?

신진식과 김세진 그리고 삼성화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진식은 김세진과 함께 ‘쌍포’를 구축하며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 대기록 달성에 앞장섰다. 또 77연승이라는 믿을 수 없는 무패행진도 이어갔다. 공교롭게 신진식과 김세진의 슈퍼리그 최우수선수(MVP) 선정 횟수도 4회로 같아 둘은 ‘세기의 라이벌’로 불렸다. 하지만 신진식의 생각은 다르다.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서 김세진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라이벌 의식이 강했지만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약해졌다.”

만약 신진식과 김세진이 다른 팀이었다면 어땠을까. 신진식은 “아마 배구의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팬들은 경기마다 ‘쌍포’의 힘으로 삼성화재가 무적행진을 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신진식은 “사실 둘 다 같이 잘한 경기는 없었다. 내가 공격 성공률이 50%를 넘으면 김세진의 공격 성공률은 40%에 머물렀다. 아니면 그 반대였다”며 “둘 중 한 명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경기에 임한 게 사실”이라고 웃었다.

지도자로도 ‘받고 올리고 때리고 막는 배구’ 추구

지난 8월부터 대표팀 트레이너로 변신한 신진식은 “11월까지 임시직이긴 하지만 배구판으로 돌아와 너무나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 신진식은 지난 15일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해 재소집된 대표팀에서 ‘코트 밖의 맏형’ 노릇을 맡게 됐다. 이름만 트레이너뿐이지 임무는 코치와 같다.

그는 기본적인 체력 훈련 담당은 물론이고 공을 때리고 받으며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대표팀과 함께 생활하는 그에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연습경기를 하는데 선수들이 때린 공이 그렇게 무서울 수 없다. 현역 시절에 내가 과연 저렇게 세게 때렸는지 궁금하다”며 붉게 달아오른 팔목 부위를 문질렀다.

지금도 신진식에게 ‘삼성화재는 무섭다’는 인식이 박혀있다. ‘무서워서 아름답다’는 뜻이다. 신진식은 이러한 삼성화재의 ‘빈틈없는 배구’를 존경했다. “삼성화재는 정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완벽한 조직력을 발휘했다. 선수들이 ‘받고 올리고 때리고 막는’ 배구의 묘미를 정확하게 알았다.”

‘지도자’ 신진식은 배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플레이를 추구하려 한다. 수비와 공격에서 만능인 레프트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신진식은 “공만 때리는 화려한 공격에만 몰두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배구의 묘미는 공격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을 깨닫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악’을 발휘해야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신진식은 지도자로서 스승 신치용 감독의 명성을 뛰어넘는 꿈을 꾸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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