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 15만대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장 22일 준공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쪽 노보라쟌스코예 거리. 현대차, GM, 오펠 등 자동차 판매점이 밀집한 이 곳은 주말을 맞아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대차 딜러점에서 만난 루드밀라 쿠르드노바(32ㆍ여)씨는 "정부의 폐차 인센티브(러시아 정부가 11년 이상의 노후차량을 폐차하고 러시아에서 생산된 차를 살 경우 대당 5만 루블(약 1,65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활용, 차를 한 대 구입하기 위해 나왔다"며 "둘러 보니 성능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 현대차의 소형차 i20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조경래 현대차 러시아 판매법인장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반토막이 났던 자동차 수요가 올해 러시아 정부의 폐차 인센티브가 시작되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글로벌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시장이 글로벌 카 메이커들의 최대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수익원인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의 폐차 인센티브 정책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 올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연간 판매 규모는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171만대, 내년에는 올해보다 11% 증가한 190만대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들도 현지 공장 증ㆍ신설 경쟁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도 이번 추석 연휴(22일)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연산 15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이미 라이벌들인 폴크스바겐, 도요타, GM, 포드 그리고 중국의 체리차까지 수 년전부터 10만대 안팎의 현지 공장을 운영해 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감도 없지 않다.
도요타는 3년전부터 가동해온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최근 캠리 생산량을 전년 대비 80% 늘리기로 했다. 소형 모델인 코롤라의 추가 투입도 저울질하고 있다. 르노-닛산은 러시아 국영 자동차업체인 아브토바즈와 손을 잡고 2012년부터 연간 30만대의 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도 1,600㏄급 소형 폴로를 러시아 현지 모델로 바꿔 모스크바 현지 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갔다. 폴크스바겐은 이 차량을 러시아 국민차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 자동차 수요 급감과 수입차에 대한 관세인상의 악조건 속에서도 다른 글로벌 업체들보다 고속 성장을 해 왔기 때문.
우선 지난해 i20와 i30, 제네시스 쿠페 등 신차 출시와 함께 현지 밀착 마케팅을 강화, 5만9,187대를 판매했다. 현지 반조립(CKD) 제품 수출까지 포함하면 7만4,607대를 팔았다. 수입차 업체 중 3위에 해당한다. 또 올해 1∼8월에는 4만7,200대의 완성차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 대비 22%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을 계기로 전략형 소형 세단(프로젝트명 RBrㆍ베르나의 현지모델)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현대ㆍ기아차는 준공식을 앞두고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지 공장에서 내년 초부터 본격 생산되는 전략 모델 'RBr(프로젝트명)'를 수입차 시장 1위를 넘어 '러시아 국민차'로 키우고 지속적으로 신차를 투입,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 보다 27% 많은 7만5,000대(완성차 기준)로 잡았다.
모스크바에서 현대차 딜러샵을 운영 중인 안드레이 포킨(29) 씨는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우수한 품질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최근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며 "소형차 RBr도 전통적으로 세단을 선호하는 러시아 고객의 취향에 맞아떨어져, 향후 러시아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박홍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소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많은 러시아 시장 특성상, 소형차는 현지 생산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SUV는 상류층에게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스크바=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