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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영화로 만드는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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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영화로 만드는 우리의 이야기

입력
2010.09.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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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아빠)가 돈 많이 벌어올게. 어마(엄마)한테도 돈 마니(많이) 마니(많이)…크하하하"(배우)

"컷 컷. 웃으면 안 돼. 다시 한 번 가자. 촬영 다시 합니다. 카메라 오케이. 레디. 액션!"(감독)

오전부터 비가 쏟아진 19일 경기 남양주 영화종합촬영소. 이른 시간부터 한 야외 촬영소에서는 "액션"과 "컷" 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렸다. 유명 배우나 감독이라도 왔을까 촬영소에 나들이 온 객(客)들이 몰려들지만 TV나 스크린에서 봤음직한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배우의 움직임과 대사를 하나라도 놓칠까 매섭게 눈초리를 치켜 뜬 감독도, 제 나이보다 무려 30년을 뛰어넘어 40대 중반의 중년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도 모두 10, 20대의 다국적 청소년들. 서툰 한국말과 몽골어, 중국어가 어지럽게 범벅이 된 가운데 촬영장은 하루 종일 소란하고 유쾌했다.

우리가 무심코 '이방인'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그들의, 그들에 의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들이 한국에서, 혹은 한국으로 온 부모와 이별하고 고향에서 겪었을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자전적인 내용이다. 아픔을 씻기 위한 '씻김굿'일 수도 있고, 아픔을 즐거움으로 승화하려는 '축제'일 수도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라는 예술의 힘을 빌려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날 촬영한 영화는 한규봉(19ㆍ조선족)군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인 아버지가 중국에서 어머니와 결혼한 후 도박에 빠지는 등 가족 전체가 힘든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온 뒤 화해하는 게 줄거리. 물론 한 군의 이야기가 그만의 얘기는 아니었다.

규봉이의 역할을 한 바르하스(15ㆍ몽골)군은 "형의 이야기에 모두들 공감했다. 그래서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역시 7년 전 엄마를 버린 아빠 때문에 가슴 안에 생채기가 깊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는 김민경(23ㆍ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3학년)씨는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어 어느 영화보다 진솔하다"고 평했다.

물론 이날의 영화 촬영은 단숨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무려 6개월이 넘는 기나긴 준비 과정에 필요했다. 시발점은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청소년무지개탐험대'. 파키스탄과 몽골 등에서 온 30여명의 다국적 청소년들에게 한국 생활의 적응과 이들의 미래 준비를 돕기 위한 만든 모임이다. 음악과 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이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내 손으로 만드는 우리의 이야기. 영화 촬영'이었다.

하지만 영화 촬영의 기본이 있을 리 만무했다. 말 그대로 '영화는 아무나 만드나'였다는 게 무지개탐험대를 담당하는 김재우 다문화역량강화팀장의 설명이다. 지레 겁을 먹고 혹은 단순히 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 수 이상이 영화제작에 불참하고 12명만 남았다. 소위 '소수 정예'만 남은 상황, 그만큼 열정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김 팀장은 "처음에는 우리도 단순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UCC 제작 정도로 만족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열정으로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이날부터 오는 10월까지 촬영이 계속되는 이번 영화는 마무리가 되는 데로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1년 간의 전체 센터 활동을 소개하는 날, 시사회 형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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