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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울리는 '택시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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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울리는 '택시의 과거'

입력
2010.09.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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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개인사업을 접고 개인택시영업을 시작한 박모(56)씨는 영업을 시작한 지 6개월도 채 안돼 서울시로부터 개인택시면허취소처분을 통보 받았다. 박씨가 6,600만원을 주고 브로커 최모씨를 통해서 산 개인택시가 이전에 불법 도급택시(무자격 기사가 운영하는 택시)로 사용됐다는 게 택시면허취소 사유였다.

사정은 이랬다. 2007년 4월부터 6월까지 도급으로 이 택시를 몰던 권모씨가 택시브로커에게 낸 보증금 250만원을 받지 못하자 2008년 11월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택시의 불법도급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경찰의 통보를 받은 서울시가 부랴부랴 택시면허취소처분을 내림에 따라 나중에 이 택시를 구입한 박씨가 느닷없이 불똥을 맞게 된 것이다.

박씨처럼 불법도급에 사용된 줄 모르고 개인택시를 샀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개인택시를 구입할 당시에는 불법도급 여부를 알 수 없는 데도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판매자의 지위를 승계토록 돼 있어 이전 과실을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박씨에게 택시를 판 브로커 최씨 등 판매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모순까지 생기고 있다. 서울시청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택시매매 시 브로커가 껴 택시 구매자들이 과거에 도급영업 등 불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선의의 피해자라 해도 법상 이를 구제해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적 분쟁도 끊이지 않고 판결도 엇갈린다. 2007년 6,500만원을 지불하고 개인택시를 산 김모씨도 자신의 택시가 2005년 도급택시로 이용된 사실이 경찰조사에서 드러나 2008년 초 서울시로부터 면허취소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서울시를 상대로 면허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내 원심에서는 "택시를 산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패소했지만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을 깨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 위반자인 판매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서 취소사유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의의 양수인에게 제재처분을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서울시의 항고로 누구 책임이냐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이달 말 결정이 날 예정이다.

개인택시면허 취소 소송을 맡고 있는 현종찬 변호사는 "도급택시로 사용됐는지 여부는 형사처벌 등을 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어야 비로소 알려지는 것인데 택시 구입시 이런 점 등을 소상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지위를 승계 받는 것은 문제"라며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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