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칼럼에 제 시를 말하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만,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이란 시가 있습니다. 한가위가 가까워지면 더러 애송되는 시입니다. 두레가 농민의 아름다운 공동체인 것은 잘 알지만, 두레밥상이란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젊은 독자가 있습니다.
두레밥상은 '두리반'으로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을 말합니다. 한가위 날이면 집집마다 둥글게 펴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먹는 밥상입니다. 사각의 모난 각이 있는 식탁에는 상석이 있고 앉는 서열이 있습니다. 둥근 두레밥상에는 앉는 자리 모두가 상석입니다.
가족들 모두 귀히 여기는 어머니의 마음이 두레밥상에 있습니다. 올 한가위에도 어머니는 두레밥상을 펴고 귀향하는 가족 모두를 귀히 반길 것입니다. 하늘에 크고 밝은 팔월 보름달이 뜨고, 집 안에는 둥근 두레밥상이 뜹니다. 이 밥상이 있어 우리는 '귀성전쟁'을 치르면서까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돌아가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앉아 함박꽃 같은 웃음꽃을 피우며 함께 더운밥을 습니다. 함께 먹는 일을 '두레 먹다'라고 말합니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먹는 일'이 두레 먹는 것입니다. 진정 두레 먹는 것은 두레정신처럼 '나눔'입니다. 함께 먹고 나눠 먹는 즐거움이 두레 먹는 일에 있습니다. 올 한가위엔 이웃과 콩 한 알이라도 두레 먹는 따뜻함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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