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드로잉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을 되돌아보는 전시 '한국드로잉 30년: 1970-2000'이 열리고 있다. 2008년 열렸던 '한국드로잉 100년: 1870-1970'의 후속 전시로, 국내 작가 70명의 드로인 300여 점이 나왔다.
전시장을 돌다보면 맨 먼저 '드로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부딪힌다. 연필이나 펜으로 그린 스케치뿐 아니라 회화나 사진, 오브제 등 다양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너무나 솔직하기에 때로 거칠기도 하지만 순수함과 창작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이 드로잉"이라며 "작가가 작품을 구현할 때 가장 먼저 나온 것, 또 완성작으로 가는 변화와 실험의 과정이 드러나는 것들을 골랐다"라고 말했다.
연대기별로 구성된 전시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독특한 재미를 준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씨의 1960년대 말 오브제 작품은 나무판에 합성수지를 덧대 커다란 물방울의 형태를 구현한 것이고, '접합' 시리즈로 유명한 추상화가 하종현씨가 쇠사슬과 못으로 캔버스를 꽁꽁 싸맨 1972년 작품은 당시 억압된 사회 분위기와 현재 그의 회화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강요배씨가 1989년 그린 제주 4ㆍ3항쟁의 풍경들은 날카로운 필선을 통해 한층 강렬하게 다가오고, 농촌 현실을 그리는 화가 이종구씨는 교사 시절인 1983년 월급 23만1,000원의 사용 내역을 누런 종이 박스 위에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설치작가 전수천씨가 2005년 15량의 열차에 흰 천을 두르고 미국을 횡단했던 프로젝트를 담은 사진 '무빙 드로잉'은 드로잉의 개념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는가를 입증하고,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합친 아토마우스 캐릭터로 유명한 팝아트 화가 이동기씨의 1993년 스케치는 아토마우스의 구상 단계를 보여준다.
미술작가들의 작품 외에도 현대중공업의 1호 선박인 '아틀란틱 바론'호 설계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설계도 등도 전시장에 걸렸다. 드로잉이 우리 삶과 역사에 늘 존재했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다. 11월 21일까지, 관람료 3,000원. (02)425-1077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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