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별세한 재불 화가 신성희(1948~2009)의 1주기를 기념한 회고전 '신성희의 엮음 페인팅 누아주(nouage)'가 열리고 있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
전시장 문을 열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먼저 귀에 닿았다. 구조적 형식미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바흐의 선율과 신성희의 작품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0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한 신성희는 평생 '캔버스 안에서 캔버스 밖을 향한' 작업에 몰두해왔다. 특히 우리에게 '매듭 페인팅', 해외에서는 '누아즈'(프랑스어로 '맺기' '잇기'라는 뜻)로 알려진 양식은 신성희 예술세계의 총체다.
그가 1997년 창안한 매듭 페인팅은 점과 선, 얼룩 등으로 채색한 캔버스를 1, 2㎝ 폭의 가느다란 띠로 자른 뒤, 색띠들을 그물망처럼 서로 묶고 그 위에 다시 색을 칠해 완성된다.
또 이런 그림틀을 2~3겹으로 겹침으로써 독특한 공간감과 질서를 만들었다.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신성희의 매듭 페인팅을 "조각적 회화이자 회화적 조각이며, 페인팅으로 페인팅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의 회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매듭 페인팅뿐 아니라 1970년대부터 사망 직전까지 40년에 걸친 그의 화업이 펼쳐진다. 초기작인 '마대 페인팅'은 올이 굵은 마대천 위에다 다시 마대의 결을 그대로 따라 그린 작업으로, 모노크롬 회화의 영향이 뚜렷하다.
1980년 프랑스 이주 이후의 작업에서는 해체에 대한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채색한 판지를 잘라 얼기설기 이어 붙인 콜라주 작업이 등장한 데 이어 1990년대 초반에는 캔버스 위에 캔버스를 박음질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색띠를 나무틀에 빨래 널 듯 줄줄이 늘어뜨린 '회화'(1996), 붓과 색띠를 엮어 마치 샹들리에처럼 만든 '회화로부터'(2008) 등 입체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번 전시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컬러 작품을 소개하는 '맥시멀리시트 신성희'가 10월 7일까지, 단색조 작품들을 모은 '미니멀리스트 신성희'가 10월 8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진다. (02)2287-3591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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