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무용 축제로 자리잡은 제13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가 30일부터10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등 주요 공연장과 문래동 철제상가거리 등 야외에서 열린다. 초창기에 뉴욕, 런던, 파리 등 현대무용의 첨단을 초청했던 시댄스는 최근 제3세계 무용을 집중 소개해오고 있다.
쿠바, 레바논, 이스라엘, 포르투갈,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올해 SIDance는 주류는 아니지만 현대무용의 가능성이 싹트는 나라들을 엄선했다. 쿠바 최초의 현대무용단 단사비에르따는 쿠바의 일상생활과 시대상을 날선 유머로 보여주는 작품 ‘말손’으로 축제의 문을 연다. 혁신적인 작품들로 쿠바 무용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단체다.
최근 세계 무용계가 가장 주목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안무가 요시 베르그와 오뎃 그라프가 참가한다. 베르그의 ‘네 남자, 앨리스, 바흐 그리고 사슴’은 바흐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슴탈을 쓴 무용수들이 유쾌하면서도 음울한 판타지를 선보인다.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언론인 암살사건에서 착상한 마카맛 시어터 댄스의 ‘오마르 라제의 암살’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암살당한 언론인이 무용수의 몸에 빙의해 처참한 사회상을 고발한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시댄스는 문화선진국인 북미, 서유럽에서 벗어나 지역적 다양화에 힘써왔다”면서 “올해 북유럽 3곳의 작품을 묶은 ‘노르딕 포커스’는 이미 매진에 임박했다. 그간 관객들의 호기심과 수준이 상당해졌다는 사실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장르도 탈 주류를 꾀했다. 대표적인 예가 스페인 전통무용 플라멩코다. 민속성을 강조한 탓에 현대무용 궤도에선 한참 벗어나 있었던 이 장르를 현대화한 두 안무가가 내한한다. ‘플라멩코의 윌리엄 포사이드(모던 발레의 거장)’라 불리는 이스라엘 안무가 갈반의 ‘황금시대’는 초연 후 200개국 이상에서 초청받은 인기 작품. 땀방울이 선명한 독무대가 좌중을 압도한다. 플라멩코의 유명 기타 연주자 빠꼬 델 루치아가 손꼽았던 무용수 호아낀 그릴로도 자신의 무용단과 함께 ‘개인의 전설’을 공연한다.
폐막을 장식하는 ‘힙합의 진화’에서는 무게감 있는 안무가 김성한, 김원 등이 세계 비보이 대회에서 인정받은 국내 비보이들과 연계해 신선하고도 역동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거리공연으로 대중과 호흡해온 ‘춤추는 도시’는 문래동 철제상가거리와 한강시민공원,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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