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물ㆍ불ㆍ꿈의 철학으로 프랑스 특유의 미학, 나아가 현대 공연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한국의 가을 하늘 아래 프랑스 연희자들이 그 꿈에 다가선다. 하이서울페스티벌과 고양호수예술축제가 기다려온 것은 바로 이 가을이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불꽃과 불꽃이 모여 거대한 환상을 이룬다.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프랑스의 예술불꽃단체인 그룹F의 ‘아트불꽃쇼, 첫눈에 반하다’가 이뤄내는 빛의 쇼에 첫 자리를 내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09년 에펠탑 120주년 기념 불꽃축제 등 거대한 행사에 참가했던 그들이 10월 1일 전야제, 2일 개막 행사의 주역으로 나선다. 바슐라르가 여의도 한강공원 빅탑빌리지 내 특별무대(길이 90m, 폭 4m, 높이 7.5m)에서 이뤄질 이 쇼의 한국 초연 무대를 본다면 뭐라 할까.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은 10월 1~10일 한강,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등지에서 31편의 국내 초청작들과 함께 프랑스, 호주, 스페인 등 12개 국 25편의 해외 초청작들이 퍼포먼스, 거리극, 인형극, 공중극, 거리무용, 마임, 음악, 서커스, 마술 등 넌버벌의 이름 아래 가능한 스펙트럼을 펼친다. 홈페이지(www.hiseoulfest.org)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고양 호수예술축제
10월 7~10일 열리는 고양 호수예술축제에서 일산호수공원은 프랑스 거리극의 대표적 극단 일토로피의 신작 ‘물위의 광인들’을 위해 수상 공연장으로 일신한다. 연희자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야트막한 수심의 물 속에서 인간 군상의 작태를 연출한다.
물 위를 달리던 차가 고장 나 멈춘 뒤, 갖가지 인간들이 물에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우리 삶이다. 3m 바퀴 위에서 가수는 잘난 척 노래 부르지만, 호숫가 구경꾼들은 그 바로 아래서 열심히 노 젓는 노예의 모습도 본다.
이처럼 연극적 구성을 취한 수상 퍼포먼스는 국내 초유다. 호수를 둘러싼 구경꾼들에게는 메시지에 앞서, 물 위의 마임적 동작만으로도 즐겁다. 2004년 초연 이래 전세계를 투어중인 작품이다. 지난해 신종플루 사태로 한 해를 건너뛰어야 했던 이 행사 주최측이 내미는 회심의 카드다. 공연은 8, 10일.
이밖에 5m 높이에 설치된 구형 구조물에서 펼쳐지는 호주 극단 스트레인지 프루트의 ‘스피어즈’(9, 10일), 움직이는 양철 스프링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슬링키 러브’(7~10일) 등 해외 초청작들의 기발한 착상은 현재 세계 거리극계의 추세를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031)960-9717~8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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