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희 지음
문학동네어린이 발행ㆍ236쪽ㆍ9,800원
이 동화는 정치적이고 불온하다. 천진하고 예뻐야 동화답다고 믿는 사람들이 본다면 불편할 것 같다. 노동자를 통제하는 자본의 횡포, 진실을 은폐하는 권력의 음모,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투쟁 등이 나온다. 어린 쥐 한 마리가 정체성의 혼돈을 넘어 주체적으로 서게 되는 과정이 줄거리를 이루고, 연대하는 동료 쥐들의 의식화 과정이 겹친다. ‘의식화’라는 말에 긴장하지 마시길.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자각으로서 의식화는 바람직한 통과의례이므로.
혼자 사는 인간 할머니의 아파트에 살던 쥐 나루는 할머니가 떠나고 먹을 것이 떨어지자 밖으로 나갔다가 서울 지하에 있는 쥐들의 도시, 뉴토에서 온 고리라는 쥐를 만난다. 고리를 따라간 뉴토는 쥐들이 인간처럼 옷을 입고 공장에서 일하는 별천지다. 인간 세상과 너무나 흡사한 뉴토에 혼란을 느끼던 나루는, 뉴토를 지배하는 쥐 파라가 모든 정보와 자본을 독점한 채 뉴토의 쥐들을 착취하고 있음을 보고 갈등하다가 봉기를 이끈다. 파라의 농간에 뉴토를 벗어나면 죽는 줄로만 알던 쥐들은 진실을 알게 되자 일어선다. 인간의 아파트에 살 때 쥐를 신으로 모시는 사원에 가는 게 소원이었던 나루가 신으로 대접받는 허황함 대신 쥐다운 쥐로 살게 되는 것도 이런 고민과 투쟁의 결과다.
묵직한 주제와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짜임새와 글솜씨가 뛰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난해 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 전성희씨의 신작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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