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청소년 축구 대표팀(17세 이하)의 청소년 월드컵 4강 진출 쾌거는 최덕주 감독의 믿음과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감독은 지난달 파주 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정상 등극을 노리겠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그의 야심 찬 목표에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여자 청소년 축구의 전통 강호 북한을 4-0으로 대파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전력을 과시했지만 불안 요소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특히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나이지리아전에서 4골을 몰아치며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여민지(17ㆍ함안 대산고)는 국내 소집 훈련 때만 하더라도 무릎 부상으로 공조차 만지지 못하는 상태였다. 여민지의 최전방 파트너 김다혜(17ㆍ현대정과고)도 종아리 부상으로 정상이 아니었고 수문장 심단비(16ㆍ광양여고)는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다. 수비 불안도 지적됐다. 대표팀의 수비수의 대부분은 소속팀에서 공격수로 뛰고 있다.
최 감독의 팀에 대한 신념은 이런 불안 요소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수비 조직력이 떨어지지만 공격력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부실한 방패를 창으로 보완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한국의 공격진의 위력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6-5의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입증됐다.
여민지에 대한 믿음은 4강행의 초석이 됐다. 최 감독은 국내에서 재활 훈련만 치르던 여민지에 대해 “미국 전지훈련을 거치면 본선에서는 충분히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의 조별리그 1차전(3-1)에 여민지의 몸 상태를 고려, 선발에서 제외했던 최 감독은 전반 27분 여민지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그는 2골을 작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최 감독의 목표로 내건 세계 정상까지는 2승이 남았다. ‘믿음의 축구’로 4강 진출에 성공한 최 감독이 한국 축구 사상 첫 ‘세계 제패’를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