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역대 한 경기 최다 골(4골), 최초 득점왕 유력….’
여자축구 ‘신데렐라’ 여민지(17ㆍ함안대산고)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역대 한국 선수가 가진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지소연(19ㆍ한양여대)에 이어 여민지의 맹활약으로 한국 여자축구는 어느 때보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여민지는 17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 마라벨라의 매니 램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FIFA 주관대회 역대 최다 골인 4골(1도움)을 터트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6-5의 짜릿한 승리를 이끌어 한국 여자청소년대표팀을 4강에 올려 놓았다.
지소연이 7월 U-20 여자 월드컵 스위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4-0 승)에서 기록한 한국 선수의 FIFA 대회 최초 해트트릭이자 최다골(3골)을 뛰어 넘은 여민지는 이번 대회 7골(2도움)로, 독일의 키이라 말리노프스키(7골)를 2위로 밀어내고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사실상의 득점왕 탄생이다. 여민지가 준결승전 등 2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데다, 이날 독일이 8강전에서 북한에 0-1로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득점 순위 3~6위 모두 8강에서 탈락한 독일과 나이지리아 선수들인 만큼 여민지가 추가득점에 실패하더라도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한국인 최초 득점왕의 금자탑이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특히 대회를 앞두고 오른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몸 상태가 60~70%에 불과한 가운데 거둔 눈부신 성과라는 점에서 여민지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태극소녀’들의 4강 진출 소식이 전해진 이날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여민지와 여자축구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될 성 부른 떡잎’은 이제 지소연과 함께 한국 여자축구의 차세대 대형 스트라이커로 거듭나고 있다. 여민지는 14살이던 2007년 역대 최연소로 19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됐다.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두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10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차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여민지의 도전은 계속된다. 남은 두 경기에서 두 골 이상 넣으면 지소연이 갖고 있는 FIFA 주관대회 한국선수 최다골(8골)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있다. 앳된 소녀는 신기록 작성보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 강샛별(화천정산고)이가 자기 배번(8번)만큼 8골을 넣으면 한턱 쏜다고 약속했어요. 세계 무대에 ‘여민지’가 누구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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