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훈련 중 물에 빠져 육군 하사 한 명이 숨진 최신예 K21장갑차의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무게균형을 무시하고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본적 장비 사용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던 셈이다.
방위사업청이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K21은 강을 건널 때 반드시 뒷부분에 장병 10명으로 구성된 1개 분대원이 탑승하고, 이들이 지닌 탄약, 군장도 가득 싣도록 설계됐다. 엔진이 앞에 달려있고 조종수 3명도 앞쪽에 배치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래야 장갑차 양 옆에 기다란 샌드백 모양으로 달린 부력 장치(에어백)에 의지해 도하하는 과정에서 앞뒤 무게균형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7월에는 훈련이라 뒷부분 넓은 공간에 아무 것도 싣지 않은 채 앞에 조종수 3명만 탑승했다. 자연히 물 속에서 장갑차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수심 5m 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았다.
군 관계자는 "K21은 처음부터 전투모드, 즉 훈련이 아닌 전투 상황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장비"라며 "훈련 상황이라면 그에 맞게 앞뒤 무게를 조정했어야 했는데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군은 뒤늦게 K21을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뒤에 2.1톤 무게의 덩어리인 더미를 달기로 했다. K21의 전체 무게인 25.61톤을 감안한 수치다.
군은 차제에 K21을 물에 띄우고 고무 재질의 에어백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탄막도 보완하기로 했다. 현재 에어백 위에 얹혀 있는 형태를 에어백 전체를 감싸는 모양으로 바꿀 계획이다. 도하 중 적이 수면 부위를 집중 공격할 경우 에어백의 정면이나 측면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단점을 없애기 위해서다. 단 설계 변경이 쉽지 않아 교체 여부는 좀 더 검토할 계획이다.
군은 K21이 최신예 장비인 점을 감안해 조종수 자격을 부사관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 침수 사고의 경우 조종수가 병장이었는데 K21 첫 조종에 앞서 노후기종인 K200 장갑차를 한 번밖에 몰지 않는 등 조종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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