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차명계좌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예전 삼성이나 CJ그룹의 차명계좌 사건이 다시금 검찰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나 그룹 측의 대응, 차명계좌 관리방식 등이 서로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의 향후 전개방향도 선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화증권에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근무했던 전직 직원의 제보로 시작됐다. 이는 삼성그룹에 몸담았던 김용철 변호사가 2007년 '삼성 차명계좌 50억 비자금설'을 폭로하면서 사건이 시작된 것과 유사하다. CJ 차명계좌 건도 2008년 이재현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던 전 자금관리팀장 이모씨의 살인청부 혐의가 발각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사가 시작되고 난 뒤 해당 그룹의 반응도 거의 같다.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돈이 회삿돈을 유용해 조성한 불법 비자금이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개인 돈이라는 것이 요지다. 삼성과 CJ 모두 논란이 된 차명자금이 이병철 전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돈이라고 밝혔었다. 한화 역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실명제 실시 이전부터 예치해왔던 김승연 회장의 개인재산이며, 실명제 실시 이후 일부가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과거 재벌들이 유산 상속방식을 서로 참고했기 때문에 한화의 차명계좌 관리방식 역시 다른 그룹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 이재현 회장의 차명계좌는 주로 CJ 계열사의 주식만 거래하고, 명의자인 임직원이 퇴임하는 경우 명의자 변경을 위해 계좌에 들어있던 돈을 1원 단위까지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관리됐다. 당시 CJ 전 자금관리팀장의 진술에 따르면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는 300억~400억원이며, 이 회장이 차명주식 거래를 통해 얻은 차익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다. 이건희 전 회장의 차명계좌 역시 운용방식이 같았다.
결국 수사의 핵심은 차명계좌 자금의 성격이 횡령ㆍ배임 등을 통해 회삿돈을 빼돌린 것인지, 아니면 한화 측 해명대로 김승연 회장의 개인재산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라 하더라도 명의이전에 따른 증여세나 주식거래 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삼성과 CJ의 경우엔 포탈한 세금을 사후에 납부한 뒤 사법처리에선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차명계좌로 포탈한 세금 1,800억원을 납부하고, 2008년 상고심에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CJ 역시 차명계좌가 노출된 후 거액의 세금을 납부했고, 경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혐의에 대해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국세청에 관련사실을 통보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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