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추석 상차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 음식 송편. 예전처럼 가족끼리 모여 앉아 직접 송편을 빚는 일은 드물어졌지만, 송편과 함께 와인을 한잔 곁들인다면 요즘 트렌드에 맞는 그럴듯한 추석 상차림이 된다.
솔잎 위에 얹어 찐 떡이어서 송편이라고는 하지만 지역별로 모양새나 만드는 법, 맛이 조금씩 다르다. 각각의 송편에는 어울리는 와인도 따로 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송편에 대한 기록은 17세기부터 문헌에서 발견될 만큼 오래 전부터 먹어온 전통 음식으로 보름달, 알알이 여문 곡식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 소장의 도움말로 지역별로 특색 있는 송편의 별미와 만드는 법을 알아본다. 각각의 송편에 어울리는 와인을 와인나라 김새길 부원장이 추천했다.
◆서울 경기의 오색송편과 로제 와인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쌀(흰색)과 쑥(초록색)뿐만 아니라 딸기가루나 오미자(분홍색), 치자나 호박(노란색), 계피(갈색)를 쌀가루와 섞어 오색 반죽의 송편을 즐겨 먹었다. 특히 전라도지역에서는 오색 송편 위에 꽃모양을 낸 꽃송편으로 화려하게 빚기도 했다. 소는 콩 팥 깨 등을 다양하게 쓴다.
일반적으로 송편은 기름기가 있고, 케이크와는 다른 은은한 단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약간 신 맛이 나는 적당한 산도의 와인이 적당하다. 소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고른다면 담백한 콩 송편에는 10도 정도로 시원하게 식힌 무통 카데 로제가 제격이다. 약간 드라이한 맛으로 텁텁한 콩맛을 가볍게 해준다. 팥은 입자가 굵고 씹는 질감이 크기 때문에 당도와 산도가 조화를 이루는 화이트와인 중 이탈리아의 빌라엠 줄리아를 추천한다.
◆전라도의 모싯잎송편과 스파클링 와인
모싯잎송편은 전라도 송편의 별미다. 모싯잎을 데쳐서 멥쌀과 섞어 가루를 내 익반죽하고, 콩 팥 밤 대추 깨 등 다양한 소를 넣는다. 시리게 푸른 빛과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모시송편에는 입안을 깔끔하게 해주는 드라이 스파클링이 잘 어울린다. 추천하는 와인은 프로누토 모스카토 다스티. 고급와인 산지인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기포 덕분에 송편의 쫄깃한 질감이 가벼워지고 끝맛이 상쾌해진다.
◆충청도 호박송편과 샤도네이
충청도에서 즐겨먹는 호박송편은 호박을 썰어 말린 호박가루와 멥쌀 가루를 섞은 반죽을 사용한 송편이다. 쌀로만 빚은 송편보다 쫄깃쫄깃하고 고운 노란 빛이 매력적이다. 익반죽한 속에 삶은 밤이나 통깨로 소를 넣고 솔잎을 얹은 시루에 쪄낸다.
달달하고 기름진 호박송편에는 샤도네이 품종이 잘 어울린다. 적당한 산도의 샤도네이 와인은 달콤한 과일향이 나서 호박송편의 달콤한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마신다는 캘리포니아산 켄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를 추천할 만하다.
◆강원도 감자송편과 피노 누아
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도지역에서는 감자녹말을 많이 넣은 송편을 빚는다. 팥이나 풋강낭콩으로 소를 만들고 감자녹말로 반죽을 해서 송편을 빚으면 특유의 탱탱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손가락 자국을 꾹 찍어 소박한 느낌이 나는 송편이기도 하다. 이밖에 강원도에서는 도토리 말린 가루를 섞어 약간 쌉쌀한 맛이 나는 도토리송편도 먹는다.
감자송편에는 섬세하고 풍부한 향을 가진 피노 누아 품종의 와인이 어울린다. 부르고뉴지방의 루이라투르 피노 누아는 딸기향과 흙냄새가 풍기는 와인으로 감자송편의 담백한 맛을 살려준다.
◆평안도 조개송편과 소테른 와인
평안도의 해안지방에서는 모시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조개 모양으로 빚은 조개송편을 먹었다. 흰 조개 모양의 송편 위에 흑임자반죽으로 줄무늬를 그리면 앙증맞은 모시조개가 된다. 특이한 것은 참깨에 설탕과 간장으로 간을 한 소를 넣기 때문에 고소하고 감칠맛이 강하다는 것.
모시조개에는 단맛과 짠맛이 함께 있는 소의 강한 맛에 밀리지 않는 소테른 와인이 어울린다. 와인의 단맛이 송편의 짠맛과 어울려 단맛을 더욱 강조한다. 리저브 무통 카데 소테른은 스위트 화이트 와인의 최고 생산지로 유명한 소테른에서 한정 생산되는 와인으로 깔끔한 단맛이 일품이다. 조금 차게 마시면 좋다.
◆제주도 비행접시송편과 피노 그리지오
제주도에서는 반달 모양이 아닌 보름달 모양으로 둥근 송편을 만든다. 비행접시 모양과도 비슷하다. 멥쌀가루로 반죽을 준비하고 소는 완두콩으로 해서 흰 송편을 빚는다.
이러한 제주도 송편에는 신선한 산도의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산뜻한 피노 그리지오가 소에서 느껴지는 텁텁한 질감을 덜어주고 떡맛을 담백하게 해준다. 산타 크리스티나 피노 그리지오가 어울린다.
김희원기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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