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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북 쌀 지원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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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북 쌀 지원 늘리자

입력
2010.09.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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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쌀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대북 쌀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의미도 크다. 다만 그 규모가 너무 작아 아쉬움이 남는다.

5,000톤은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량 100만 톤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과거 정부 시절의 통상적인 지원 규모 40만 톤, 2006년 수해 때의 10만 톤에 비해도 너무 적다.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아주 미흡하다. 초라할 정도이다. 물론 정부는 상황에 따라 본격적인 쌀 지원 가능성을 닫아두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사실 지금처럼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에 대한 남한의 여론이 호의적인 때도 흔치 않을 것 같다. 국민적 공감대가 비교적 폭넓게 형성되었다. 대북 지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그 '퍼주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북한 식량난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올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수해까지 겹쳐 북쪽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름에 잠긴 우리 동포를 돕자는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남한은 현재 쌀이 남아돌아 아우성이다.

매년 40만 톤 규모로 이루어지던 대북 쌀 지원이 2008년부터 중단된 데다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들고, 해외로 수출ㆍ 원조할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에서 공급 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으며, 정부는 매년 수천 억 원에 이르는 쌀 보관비용을 감당하느라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쌀을 보내면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된다.

통일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도 쌀 지원은 의미가 크다.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데는 쌀 지원만한 게 없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적개심만 가득한 상태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그 후유증을 감당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다.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영양실조에 발육부진으로 온전한 신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남과 북이 합쳐진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들과 함께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정치적 고려도 무시할 수 없다. 남북관계에서 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은 때로는 이산가족 상봉, 때로는 남북대화 재개와 서로 주고받기로 이용돼 왔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을 때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효자였다. 상대로부터 무언가 대가를 얻어내는 훌륭한 레버리지, 지렛대 역할도 했다.

북한에 쌀을, 그것도 상당한 규모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판이다. 쌀 5,000톤은 자칫하면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기껏 주고도 안팎에서 좋은 소리를 못 들을 수 있다. 정책적 효과를 생각한다면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

유연한 결단 필요한 때

지금은 대북 쌀 지원에 여야가 따로 없다. 대북 지원에 소극적이던 여당이 이제는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우리는 진정한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정부는 대북 정책의 기조로 '원칙을 지키되 유연한 접근'을 내세웠다. 지금까지는 원칙에 충실했다. 이제는 유연함으로 빈 곳을 채워갈 때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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