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분들을 ‘승리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질병만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투병 과정의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의료적 문제들까지 훌륭하게 극복하셨기 때문입니다.”
16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암센터에서 10년 이상 장기생존 암환자들을 위한 ‘2010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축하 행사가 열렸다. 정현철 연세암센터 원장은 개회사에서 “초기가 아닌 중기 이상의 암으로 진단받고 10년 이상 재발 없이 생존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여러분들은 지금 막 암 진단을 받아 좌절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자 용기”라고 말했다.
암센터 6층 은명대강당에는 이날 10년 장기생존자와 가족 등 200여 명이 모였다. 행사에 참석한 고흥숙(65)씨는 “2000년에 유방암 판정을 받고 1년 동안 20일에 한 번씩 항암주사를 맞으며 머리카락이 다 빠졌을 때 느꼈던 절망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의사 말을 예수님 말이라고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고씨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수술을 받으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수업을 빠진 적이 없다”며 “병을 묵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좌우명이 이렇게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해온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암환자 10년 이상 장기생존자들을 위한 ‘새누리클럽’창단식도 열렸다. ‘새로운 세상’과 ‘나눔’이라는 순 우리말을 합한 말인 새누리클럽은 서로의 어려운 점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새누리클럽은 암을 진단받는 환자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교육해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이 클럽에 가입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는 간단한 축하공연으로 시작해 새누리클럽 창립 선포 및 회원증서 수여, 핸드프린팅 등 순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공연을 펼친 마술사 주우혁씨는 “현재 저 역시 암 진단을 받고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여러분들은 저의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클럽 회원들의 손 모양을 본떠 만든 핸드프린팅은 암센터 내 ‘승리자의 거리’에 전시할 예정이다.
정현철 원장은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암치료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정책적, 사회적 지지시스템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새누리클럽을 통해 장기생존자들에 대한 부족한 부분들이 조금이나마 메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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